대구지역 아파트 매물·전세 '뚝'

중앙일보

입력

주부 최모(37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고 이사할 작정이지만 집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최씨는 “남편직장 가까이로 옮겨 보려 했지만 부동산중개사무소마다 아파트 매물이나 전세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며 답답해 했다.

예년 같으면 이사철을 앞두고 집 구하기가 한창일 때다.

그러나 요즘 대구에서는 부동산 시장에 아파트 매매·전세물건이 나오지 않아 거래가 뚝 끊겼다.

◇바닥난 아파트 매물=서울·수도권에 이어 대구에서도 아파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최근 2∼3개월 사이에 일부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매매가가 최고 15%까지 치솟으면서 오름세 기대심리가 퍼져 집 주인들이 아예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달서구 이곡동의 효성공인중개사무소.이 업소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요즘 개점휴업 상태다.매물이든 전세든 확보한 물량이 전혀 없어서다.

송현숙(40)실장은 “올 봄부터 최근까지 아파트 매매가가 10%이상 올라 집 주인들이 팔려고 내놓지 않는다”며 “매매가 없다보니 전세도 덩달아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 시지 지역도 마찬가지다.

상권이 비교적 잘 형성된 대규모 아파트단지인데다 얼마전 월드컵경기장 진입도로들이 뚫리면서 매매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매물이 없어 부동산중개업소 마다 한달에 2∼3건씩의 거래만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지난해 중개업소마다 수십건씩의 매물을 보유하고 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시지공인중개사무소의 배진열(35)소장은 “최근 들어 아파트 매매가가 5∼10%정도 더 올라 33평형의 경우 최고 1억3천5백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며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많지만 거래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산 ·범물 아파트단지의 아파트들도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매물이 쑥 들어간 상태.

한미공인중개사무소의 김영태(41)소장은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명씩 찾아오지만 거래가 되는 것은 한달에 2∼3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는 “지산 ·범물지구 아파트 대부분이 지난 몇 개월 사이 1천만∼1천5백만원 정도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특히 인지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쌌던 아파트들의 가격 오름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매물이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상당수 아파트단지의 전세가격도 수백만∼1천5백만원 정도씩 올랐다.

매매가가 10%이상 오른 칠곡택지지구나 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대곡택지지구에도 매물이나 전세 물건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대구시 전역에서 아파트 매매가 중단되다시피한 상태다.

◇원인=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소유자들이 앞으로의 시세변동을 살펴 거래를 늦추고 있는 때문으로 보고 있다.

낮은 금리에 전세가가 높아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확산됐기 때문.

또 1998년 이후 아파트 신규분양이 크게 줄면서 나타난 ‘후유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망=아파트 매매 ·전세난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98년 12월 말 8천2백71가구였던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달 말 2천3백29가구로 줄어 팔릴만한 것은 거의 정리된 상태인데다 신규 분양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재건축으로 황금주공아파트 3천8백여가구 주민들의 집단이주가 본격화하는 10월께에는 매매 ·전세대란도 우려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메트로팔레스 ·드림시티 등 대규모 단지가 완공되는 2년여 뒤에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 정용 부동산투자전략연구소장 인터뷰

“부담없이 아파트를 사고 팔 수 있도록 부동산 거래 때 매기는 각종 세금을 없애거나 크게 줄여야 합니다.”

정용부동산투자전략연구소 정용(鄭溶 ·42 ·사진)소장은 “아파트 거래세가 너무 많아 가격이 오르도록 기다리는 탓에 제 때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중형 아파트를 살 때 무는 매매가의 6%정도 되는 취득세 ·등록세 등이 없어지면 전세를 구하듯 쉽게 아파트를 사고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아파트 소유자의 ‘본전(?)을 뽑겠다’는 생각이 원활한 부동산 거래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현재 대구의 아파트 매매나 전세난은 신규 아파트의 공급이 부족한 탓”이라고 분석하고 “대구시가 나서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는 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소장은 “아파트 거래가 활발해지도록 공급을 늘리거나 세제상의 혜택을 주지 않는한 거래가 묶이는 악순환은 되풀이 될 것”이라며 당국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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