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 방향 윤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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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관련 세제의 개편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취득세.등록세.양도소득세 등 거래할 때 내는 세금 부담을 줄이고, 재산세.종합토지세 등 보유 과세 부담을 늘리는 쪽이다.

재정경제부의 의뢰로 중장기 세제 개편 방안을 연구 중인 조세연구원은 22일 이같은 내용을 담아 '소득 분배 개선을 위한 세제 개혁 방안' 이라는 이름으로 중간 보고서를 내놓았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행 부동산 관련 세제는 1980년대에 심각했던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것" 이라며 "거래세 비중이 커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 현행 부동산 관련 세제=구입할 때 내는 세금(거래세)과 보유하면서 물어야 하는 세금(보유세)으로 크게 나뉜다.

양도소득세.취득세.등록세 등 거래세 부담이 재산세.종합토지세 등 보유세보다 무겁다. 거래할 때 세금을 무겁게 매겨 불필요한 거래를 줄이고 오래 보유하게 유인해 투기를 막자는 취지다.

양도소득세 최고 세율은 40%로 부동산 거래로 얻는 차익이 6천만원을 넘을 때 적용된다. 영국이 올 봄 최고 세율을 40%에서 35%로 낮추는 등 주요 선진국의 양도세는 한국보다 낮다. 이에 비해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는 미국 등 선진국의 3분의1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경기를 자극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양도세에 감면 장치를 마련하는 방법을 써왔다.

최근 고급 주택을 제외한 신축 주택에 대해 2003년 6월 말까지 구입할 경우 양도세를 면제하고, 한시적으로 취득.등록세를 감면해 주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명근 경희대 교수는 "세율은 높은데 감면 대상이 많기 때문에 걸리는 사람만 무거운 세금을 내는 문제점이 있다" 고 지적했다.

◇ 개편 방향과 문제점=재경부는 ▶양도세에 대해 세율 인하 및 감면 대상 축소▶취득.등록세에 대해 세율 인하 및 신축 건물의 취득분에 대한 면제 등을 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조세연구원도 거래세의 세 부담 완하는 단계적으로 시간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관련 세제를 짧은 기간에 바꾸는 데는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다. 현재 취득.등록세는 지자체 전체 세수의 30%가 넘는다.

崔교수는 "취득.등록세 부담을 줄이는 데 따른 세수(稅收)감소를 대체하는 새로원 세원을 지자체에 마련해 줘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국세인 양도세는 재정 형편과 연결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2003년 균형 재정 달성이 목표인 상황에서 세금 징수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양도세율을 당장 내리기에는 부담스럽다" 고 말했다.

거래세 인하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보유세 인상을 통해 메우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조세 저항이 생길 수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토지나 건물을 갖고 있지만 수입이 없는 경우가 많아 세금이 늘어나면 반발할 것" 이라며 "소관 부처인 행정자치부도 신중한 입장" 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부동산 관련 세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조세연구원이 내놓은 안은 종토세를 이원화해 전체 재산세에서 종토세의 역할을 재산세보다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는 개인이 보유한 토지를 합산해 누진 과세하는데, 일정 규모의 토지에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단일 세율을 적용하고, 그 이상의 토지 보유자에 대해서만 누진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상렬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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