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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대 명화 보러 … 6000명이 줄 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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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북도립미술관 ‘세계미술거장전’ 개막식 참석 인사들이 호안 미로의 ‘차란한 태양’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이 전시회에선 피카소·샤갈·마네 등 거장의 작품 128점을 선보인다. [사진 전북도립미술관]

화가들은 80세가 넘어 가면 대부분 붓을 놓는다. 체력과 정신력이 쇠잔해져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에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카소는 89세의 나이에도 100호짜리 대작을 그렸다. 가로 162㎝, 세로 130㎝의 화폭에는 벌거벗은 여자와 남자가 강한 색채와 거친 필치로 그려져 있다. ‘누드와 앉아있는 남자’라는 이름을 단 이 작품은 세월을 뛰어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가격은 무려 420억원이나 된다. (중앙일보 10월 19일자 18면)

 이 세계적 명화가 전시되고 있는 전북도립미술관(완주군 구이면) ‘세계미술거장전’에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19일 개막 이후 3일간 무려 6000여 명이 찾았다. 전시장 주변에는 관람객이 50~100m나 줄을 서고 있다.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란 제목의 이 전시회는 내년 2월 17일까지 이어진다.

 거장전에는 마네에서 피카소·몬드리안·샤갈·로트레크·앤디 워홀까지 TV·책에서나 대할 수 있었던 거장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림은 모두 128점, 금액으로는 총 1000억원대에 이르는 블록버스터(초대형) 전시회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베네수엘라가 풍성한 오일머니로 1970~80년대 구입해 국립 현대미술관과 국립 미술관 등에 보관하고 있던 작품들이다.

 전시장에 내걸린 그림들은 인상주의부터 큐비즘(입체파)·팝아트까지 망라하고 있다. 큐비즘의 문을 연 피카소의 경우 ‘누드와 앉아있는 남자’를 포함해 유화·판화 등 16점이 전시된다.

 ‘색채의 시인’으로 불리는 샤갈의 작품은 ‘서커스의 영혼’ 등 7점을 전시하고 있다. 자유로운 상상 속에 색채와 공간의 상식을 넘는 그의 화폭은 러시아에서 태어나 파리로 망명한 유대인 작가의 깊은 슬픔과 희망을 전한다.

 ‘인상주의 시조’인 마네는 판화 ‘발렌시아와 롤라’에서 르네상스 이전 기법으로 돌아가 중간색을 생략하고 흑백의 평면화를 그려낸다. 후기 인상주의 세잔, 신조형주의의 몬드리안, 아방가르드(전위)의 뒤샹, 초현실주의의 미로 등 당대를 풍미한 작가들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20세기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은 메릴린 먼로 시리즈를 실크스크린 작품에 담았다.

 세계미술거장전은 작품 외에도 보고 즐길 게 많다. 체험 행사 ‘나의 작가’에선 전시 작품을 에코백이나 캔버스에 프린트하거나 액자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체험 요금은 4000~1만원. 토요일 오후에는 오케스트라·무용·연극 등 공연한다. 작가들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영화도 상영하고 서양미술사 특강을 한다.

 전시회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다. 입장료는 어른 1만원, 청소년·어린이 6000원(전북도 거주자는 3000원). 수도권 사람들의 관람 편의를 위해 토·일요일 KTX 관광열차도 운행 예정이다. 문의 전북도립미술관 홈페이지(www.jma.go.kr), 063-290-6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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