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교양] '아르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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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누보/스티븐 에스크릿 지음, 정무정 옮김/한길아트, 2만9천원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20년간 유럽인들의 미감은 아르누보(Art Nouveau)가 사로잡았다. 여성적인 곡선, 식물의 덩굴무늬, 선적인 형태로 이뤄진 일련의 이미지들을 특징으로 한 아르누보는 회화를 제외한 건축.공예.장식 등 미술의 전분야에서 당대의 핵심 키워드였다.

하지만 돌출된 몇몇 특징 만으로 아르누보를 간추리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1884년 벨기에에서 처음 사용된 '아르누보'라는 용어는 곧 유럽 대륙을 휩쓴 예술 사조로 둔갑한다.

프랑스의 '신미술(아르누보)'은 독일에서는 '유겐트 슈틸(젊은 양식)',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에서는 '제체시온슈틸(분리양식)', 스페인에서는 '모데르니스타(현대운동)', 이탈리아에서는 '스틸레 리베르티(리버티 양식)'라고 각각 불리며 스펙트럼을 넓힌다.

19~20세기 장식미술 전문가인 저자는 "아르누보가 ▶19세기 로코코 양식의 부활 ▶고딕 부활 ▶미술공예운동 ▶심미주의운동 ▶상징주의 회화와 문학 등 다섯가지 주요 요소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나라별로 모습을 바꾼 다양한 변주에 수많은 예술적 경향이 더해졌기 때문에 아르누보의 특징을 간추려 확정짓기는 곤란하다. 특히 아르누보는 당대인들이 그것의 태동과 발전을 의식했던 드문 경우였다.

예술 양식이나 사조가 당시에는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시간이 흐른 뒤에 이름이 지어지고 정체성이 확정되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랐다. 예술의 변화에 대한 예술가들의 뚜렷한 자의식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저자는 벨기에-프랑스-독일-영국-러시아-미국 순으로 아르누보의 변천을 파고 들어간다. 2백60여장의 도판은 1백년 전 유럽인들의 미감에 대한 접근을 돕는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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