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버리는 옷, 나에겐 보물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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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따리 모아 두시면 바로 달려갑니다. 남들이 버리는 옷이 저에겐 보물입니다. 저에게 버리고 팔아 주세요.” 아산 권곡동에서 ‘헌옷클럽’을 운영하는 ‘찾아가는 고물상’ 장기환(31)씨. 성실을 자랑으로 여기며 스스로를 ‘신세대 고물상’이라고 부르며 호탕하게 웃는 장씨를 만났다.

아산에서 헌옷클럽을 운영하는 정기환씨가 헌옷을 한아름 안고 포즈를 취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예전부터 무역과 재활용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캄보디아에서 3년 동안 지인의 레스토랑 경영을 도왔는데, 우리나라에서 작아서 못 입는 옷이나 유행이 지나 촌스러웠던 옷이 캄보디아에서 유통되는 걸 보며 리사이클(Recycle)의 가능성을 보았다. 내가 뛰어 다니고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는 일이라면 험한 일이라도 젊을 때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부모님이 반대하실 줄 알았는데 땀 흘려 일하려는 생각을 믿어 주셔서 긍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어려운 점은 없는가.

“홍보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아침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차량을 기다리는 주부들에게 일일이 홍보지를 돌렸다. 처음엔 쑥스러웠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문의하시는 분이 많아졌다. 아침 출근 전에 수거해 달라는 직장인들이 많아 새벽부터 움직여야 하는데, 고객의 스케줄에 맞춰 달려가지 않으면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약속한 시간은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하루에 적게는 8, 9곳에서 많게는 22곳을 다닐 때도 있다. 기름 값이며 인건비를 생각하면 아쉬운 날이 많지만 아직은 즐겁게 일하고 있다.”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옷을 잘못 버렸다며 다시 연락을 해 올 때가 종종 있다. 버리지 말아야 할 옷이 섞여 있었거나, 가족의 허락 없이 버렸다가 성화에 못 이겨 다시 연락을 해 오는 경우다. 그러면 옷을 찾아 되돌려 드리러 다시 가야 한다. 1㎏이 채 안되는 옷을 쇼핑백에 차곡차곡 담아 주면서 ‘옷이 작아 미안하다’고 말하는 고객도 있다. 이런 분들은 이웃들에게 소개를 많이 해 준다.”

-보람을 느낄 때도 있을텐데.

“주 고객이 외출은커녕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일도 여의치 않은 어린 자녀를 둔 아기엄마들이다. 그분들은 찾아와서 헌 옷을 수거해 주는 일 자체를 고마워한다. 인터넷에 ‘헌옷 클럽’이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괜찮은 장난감이 나오면 무료 드림도 하고 있다. ‘필요 없는 옷도 정리하고 돈도 벌어서 좋다’고 말씀해 주실 때 가장 뿌듯하다.”

-앞으로의 다짐이라면.

“비싸고 좋은 물건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쉽게 버려진다. 더군다나 옷은 유행을 타기 때문에 금방 싫증이 나서 안 입고 버리는 일이 많다. 버려지는 옷들을 허술하게 여기지 말고 의미 있는 물건이라 생각했으면 좋겠다. 발로 뛰는 만큼 수익을 올리는 일이고, 중간 과정 없이 무역을 할 수 있는 방향도 모색하고 있다. 몸은 힘들지만 ‘성실과 감동’이라는 단어를 맨 마지막에 두고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이 ‘외화벌이’, ‘재활용’, ‘환경을 돕는 일’이라는 생각을 맞춰가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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