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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유아체능단’ 문 닫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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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수기
경제부문 기자

‘삼성 레포츠센터 유아체능단’이란 것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삼성그룹이 서울 서초동 레포츠센터에서 운영하는 5~7세 유아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수영 같은 각종 체육활동과 영어교육 등을 한다. 현재 110명이 다니고 있다. 그룹 임직원 자녀뿐 아니라 일반인도 신청할 수 있다. 등록비는 한 달 80만원. ‘싸다’고 하기는 어려울지 모르나 강남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다른 시설보다 30%가량 저렴한 데다 식사의 질이 높고 교사들이 선물조차 받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져 꽤 인기였다.

 그런데 이 유아체능단이 문을 닫기로 했다. 운영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사정은 이렇다. 최근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바뀌면서 유아체능단을 계속 운영하려면 삼성레포츠센터가 회사 정관의 사업목적에 ‘학원업’을 추가해야 하게 됐다. 이걸 놓고 삼성은 고민을 했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학원업을 추가했다가 “삼성이 학원까지 하려 한다”는 오해와 비난을 받을까봐서다.

 고민 끝에 유아체능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신세계·이마트가 많은 비판을 받은 것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당 센터가 학원업으로 등록하고 운영하는 것은 어렵다”며 “상생경영을 적극 실천하는 차원에서 부득이 현 유아체능단을 폐원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고객 대상 강좌를 여는 신세계와 이마트가 바뀐 규정에 따라 학원업을 사업 목적에 넣었다가 오해를 한 학원 운영업자와 일부 소비자로부터 뭇매를 맞은 것을 놓고서 하는 소리였다. 삼성은 새 규정이 허용하는 시한인 2014년 2월까지만 유아체능단을 유지하기로 했다.

 내심 이곳에 아이를 보내려고 생각했던 이들은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주변보다 합리적인 비용 부담에 질 좋은 교육을 누릴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은 큰 문제다. 하지만 대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과 이로 인해 긍정적인 활동까지 위축되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