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 다시 돌아온 '늑대인간'

중앙일보

입력

헐리우드에 '늑대인간'이 다시 돌아다니고 있다.

뜨거운 여름을 '쥬라기공원 3' 등 각종 블록버스터로 장식하고 있는 헐리우드가 지금 한창 준비하고 있는 것은 한때 상당한 인기를 누리다 사라진 '늑대인간(werewolf. 영어공부도 좀 하자)'.


유럽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늑대인간은 달이 뜨면 멀쩡한 인간이 늑대로 변해 송곳니를 번쩍이며 사람을 물어죽이는 내용으로 수많은 변종을 낳은 히트 장르다.

지난 80년대 중반을 전후해 헐리우드에서 거의 사라졌던 늑대인간이 올 여름들어 갑자기 제작사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유니버설 영화사는 얼마전 프랑스에서 제작된 영화 'Brotherhood of the Wolves'를 수입, 미국시장에 배급하기로 했다.

이 영화는 17세기 무렵 괴물같은 늑대인간을 추적하는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해서 펼쳐진다.

또한 디멘전 필름과 판매대행사인 크리스탈 스카이는 최근 공동으로 영화 'Werewolf by Night'를 제작하기로 했으며 캐나다에서도 두 자매중 한명이 서서히 늑대로 변해가는 영화 'Ginger Snaps'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메이저 TV 네트워크중 하나인 CBS가 이번 가을부터 늑대인간을 주요소재로 하는 'Wolf Lake'를 방영하기로 했다.

한쪽에서 인기를 끌면 이곳저곳에서 비슷한 소재를 들고나오는 것은 미국도 비슷해 아마 CBS의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 나머지 NBC나 ABC, Fox등에서도 늑대인간이 마구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ABC의 퀴즈프로그램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 가 폭발적인 인기를 기록한 뒤 Fox의 'Who Wanst to Marry Millionaire'나 NBC의 'Weakest Link'가 나온 것처럼 말이다.

물론, 노골적으로 프로그램을 거의 베끼다시피 한 폭스는 얼마 못가서 실패했고 나름대로 신경써서 만든 NBC는 그래도 상당한 호응을 받고 있지만.

아무튼 점점 지겨워지는 시트콤과 '제나'등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노출 심한 여배우들이 등장하는, 성격이 불분명한 폭력물 이후 소재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헐리우드가 겨우 신선한 장르라고 찾아낸 것이 늑대인간인 듯하다.

이같이 헐리우드가 갑자기 늑대인간에 탐닉하는 현상에 대해 얼마전 피닉스 픽처에 'Werewolf'의 시나리오 판권을 넘긴 작가 마샬 토드는 "뭐든지 마찬가지지만 공포물도 어떤 사이클이 있는 것 같다"며 "사람들이 한동안 접해보지 못한 늑대인간이라는 소재에 대해 신선함을 느끼는 듯하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헐리우드가 집착하다시피 만들어낸 공포물중은 고전적인 드라큘라부터 시작해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함께 나온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등 수많은 종류의 흡혈귀 이야기.

그러나, 너무 많은 뱀파이어에 이제는 관객들이 식상해 하는 것이 분명해 조금 새로운 듯한 늑대인간을 만들기로 한 것 같다.

늑대인간은 지난 80년대까지 여러 가지 형태로 스크린을 장식해왔다.

유니버설이 제작해 상당한 인기를 모았던 41년작 'The Wolf Man'으로부터 시작, 프랑켄슈타인과 드라큘라까지 등장하는 잡탕 코믹호러물 'Abbott and Costello Meet Frankenstein(48년)', 10대 소년이 과학자의 약물과 최면술로 늑대로 변한다는 내용의 'I Was a Teenage Werewolf'등까지 다양하게 제작됐다.

이러한 늑대인간은 61년작품 'The Curse of the Werewolf'와 고전적 늑대인간물의 마지막 영화로 일컬어지는 'An American Werewolf in London(81년)', 'The Company of Wolves(84년)'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끈질진 생명력을 보이던 늑대인간은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처음 스크린에 나타났을 때 늑대인간은 사람의 얼굴이 늑대로 변해가는 장면을 특수효과로 처리, 관객들로부터 감탄을 자아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장면은 더 이상 공포스럽지 않고 오히려 실없어서 웃기는 모습이 되면서 영화로 존재할 수 없게 돼버렸다.

그러다 최근 눈부시게 발달한 특수효과 기술에 힘입어 이러한 인간-늑대 변화장면을 사실감있게, 무섭게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부활의 노래를 부르게 된 것.

중세유럽부터 전해내려오는 고전중의 고전 늑대인간이 헐리우드 마법의 손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지 우리 관객들도 조금은 궁금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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