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야후 · 모토로라 등 2분기 실적 예상밖 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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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예상한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다. '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 11일 나스닥 지수는 오름세로 돌아섰다. 장 마감 후에 실적이 발표돼 시간외거래 주가와 나스닥 선물에 주로 반영됐지만, 덕분에 국내 주가도 힘차게 반등했다.

아르헨티나.터키.러시아의 경제불안도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갈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라 증시에는 안도감이 퍼졌다.

야후의 실적개선 소식으로 다음.새롬기술.한글과컴퓨터 등 국내 인터넷 3인방이 모처럼 상한가로 뛰었다. 모토로라의 주가상승에 힘입어 삼성전자도 17만원대를 회복했다.

◇ 예상보다 좋게나온 실적=11일 미국 증시에선 야후와 모토로라,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실적치를 내놓았다. 이들 3개사는 인터넷과 통신장비, 소프트웨어 등 신경제를 대표하는 기업들로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사실 결과는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야후의 2분기 주당순이익은 고작 1센트였고, 모토로라는 주당 11센트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이날 야후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13.6%나 올랐고, 모토로라도 6.4% 상승했다. 실적이 시장의 예상보다는 좋았기 때문이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평균 주당순이익은 야후가 0, 모토롤라는 12센트 적자였다. 실적치가 예상치보다 1센트씩 좋게 나온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실적치 발표에 앞서 2분기 매출액을 65억~66억달러로 추정한 자체 전망치를 내놓았다. 이 회사는 순익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매출액은 시장 기대치보다 2억 달러 가량 많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또 윈도우시스템에서 다른 회사 제품도 같이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날 주가는 9% 올랐다.

한편 아르헨티나.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들의 금융위기가 국제 금융시장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진 것도 미국 증시의 투자심리 회복에 한몫했다.

◇ 국내 주가 급등=국내 주가도 12일 기술주를 중심으로 급등했다. 미국 시장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으면 국내 경기도 연말께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특히 개인투자가들이 몰려든 코스닥의 상승폭이 컸다. 다음.새롬기술.한컴 등 인터넷 3인방이 일찌감치 상한가를 기록했고, 주성엔지니어링 등 반도체장비.통신장비 업체들도 급등했다. 국내 기술주의 대명사인 삼성전자도 7천원(4.1%) 오른 17만6천원으로 반등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종합주가지수가 4~5월 상승폭의 절반 만큼 떨어져 반등을 모색하던 차에 미국 기업들의 실적개선 소식이 전해져 상승폭이 컸다" 며 "증시는 일단 주가 급락 공포에서 한숨 돌린 상태" 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윤용선 연구위원도 "기업의 실적악화가 주가에 어느정도 반영된 상태" 라며 "증시가 악재에는 내성이 생기고 호재에는 민감하게 반응해 안정을 되찾아가는 느낌" 이라고 진단했다.

◇ 실적발표는 아직 산넘어 산=전문가들은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실적발표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며, 7월말까지 수백개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기업도 있겠지만, 예상에 턱없이 못미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주가는 다음주까지 다시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이번 주에 AMD와 주니퍼네트워크의 실적발표가 있고, 다음주엔 애플과 인텔.e베이.IBM.AOL.코닥.포드.GM.존슨앤존슨 등이 예정돼 있다.

굿모닝증권 홍춘욱 연구위원은 "다음주 피크를 이루는 실적 발표 내용들을 기다려봐야 한다" 며 "아직은 시장이 살얼음판 같은 상황" 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시장이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워낙 낮춰놓아 좋게 나오는 쪽이 나쁜 쪽보다 많을 것" 으로 내다봤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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