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생기고 경제 활기 … 인구 3만7000 괴산의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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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충북 괴산군 괴산읍 동부리 시외버스 터미널 건너편. 2층짜리 농협 하나로마트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괴산에서 가장 큰 규모(부지 면적 2913㎡)로 인근 군인아파트 주민을 공략하기 위해 이곳에 마트를 새로 짓는 것이다. 바로 옆의 5층 건물에는 ‘상가를 임대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상가 옆 부동산사무소에는 ‘상가부지 매매’ ‘아파트 전세·임대’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부동산사무소를 운영하는 김모(47)씨는 “괴산읍내는 남은 땅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건물이 들어서 부동산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괴산군청과 읍사무소는 관내 지도를 갱신하느라 일손이 부친다.

 인구 3만7000명의 한적한 지자체인 충북 괴산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육군학생군사학교(학군교)가 지난해 11월 괴산읍 대덕리로 이전한 뒤 일어난 변화다. 오후 8~9시가 되면 대부분 문을 닫던 가게들이 자정 가까이 불을 켜고 영업을 하고 있다. 한산하던 읍내 시가지는 하루 종일 붐빈다. 낮에는 군인가족, 저녁에는 장병들이 읍내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학군교 장병과 가족 900여 명이 부대 이전과 함께 괴산으로 이주했다. 괴산읍내 인구(9700여 명)의 10%에 육박하는 규모다. 차량이 늘어 이제는 교통체증을 걱정할 정도다. 올 들어 9월까지 200여 대의 차량이 이전등록을 했다. 땅값도 3.3㎡당 700만~800만원까지 올라가 주민들은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말까지 나온다. 학군교의 힘이다. 군 부대, 군 관련기관은 한때 각종 규제를 발생시켜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란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효자가 됐다.

 괴산뿐만 아니다. 충북 영동과 대전, 충남 논산 등에 대규모 군 교육시설이 들어서면서 충청권은 군사교육의 중심지가 됐다.

군 교육시설 이전으로 자치단체는 인구 증가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인구가 증가하면 정부에서 지원받는 예산이 늘어나고 부동산 취득·등록세, 자동차 등록세 등 새로운 수입원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자치단체에서는 ‘군=돈방석’이라는 공식이 생겼다. 영동에는 지난해 11월 육군종합행정학교가 경기도 성남에서 옮겨왔다.

정구복 영동군수는 “종합행정학교 이전으로 인구 유입은 물론 연간 수만 명의 면회객이 방문해 지역 경제 파급효과가 크다”며 “군 장병과 가족이 불편하지 않도록 행정적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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