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정보 사전 입수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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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해 12월 30일 특별사면을 받은 김영재(金暎宰)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와 서형석(徐亨錫)전 대우 기조실장 등 대우그룹 전직 임원 3명이 특사 발표 직전 항소와 상고를 포기했던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이들이 사면이 될 것이라는 정보를 사전에 알고 항소.상고를 취소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면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재판이 종료돼 형이 확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金전부원장보의 경우 지난해 5월 H증권 安모사장에게서 2천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로 불구속 기소돼 10월 1일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2천만원을 선고받고 재판 다음날 즉각 항소했었다.

그러나 특사를 9일 앞둔 12월 21일 항소를 취소해 형이 확정됐다. 또 지난해 11월 29일 항소심 판결을 받고 사흘 뒤인 12월 2일 대법원에 상고했던 徐전실장과 유현근 전 대우건설 이사.박영하 전 대우 국제금융팀장도 12월 24일 상고를 전격 취소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들이 항소와 상고를 취소해 형이 확정된 지 10일도 지나지 않아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은 사전에 믿을 만한 곳에서 사면 정보를 얻지 않는 한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총장인 김선수(金善洙)변호사는 "사면 대상자들이 사전에 사면과 관련한 정보를 입수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결국 정권 말 '봐주기 사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金전부원장보는 "새 대통령 취임 때와 3.1절에 특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 지난해 말 항소를 취소했다"며 "항소를 취소한 뒤 청와대에 사면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냈을 뿐 사면 정보를 사전에 들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대우 임직원들의 변호인인 석진강(石鎭康)변호사는 "항상 정권 말기에 사면이 있어왔기 때문에 검찰 측이 상고한 8명을 제외한 3명에 대해 상고를 취소했을 뿐"이라며 "사전에 특별사면과 관련한 언질을 받은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 관계자는 "사면 대상자가 어떻게 결정이 됐는가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사면 대상자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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