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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미얀마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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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최근 세계 각국은 천연자원의 보고이며 중국·인도 등과 접한 지리적 이점에 우수한 노동력을 갖춘 미얀마에 앞다투어 진출을 꾀하고 있다. 미얀마가 지난 수십 년간의 군부독재와 폐쇄주의에서 벗어나 민주화와 개혁 정책을 펼치고 있고, 적극적인 외자유치에 나서는 등 국제사회에 문을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미얀마를 방문했고, 미국과 유럽 등은 미얀마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미얀마에 투자를 해왔던 중국과 일본도 미얀마 투자를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 경제계도 지난 9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비롯한 민간 경제사절단이 미얀마를 방문했다.

 한국과 미얀마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독립했고 군사정부를 거쳤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50여 년 전 두 나라에 대한 세계의 평가는 완전히 달랐다. 미얀마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에 쌀을 지원해 주는 나라였다. 한때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가 “10년 내에 버마만큼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을 만큼 부유한 국가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외국 언론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스스로 서기를 바라느니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가 피는 것을 기대하겠다”고 썼을 만큼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나 5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와 미얀마의 모습은 어떠한가. 대외적으로 한국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미얀마는 ‘시간이 멈춰버린 나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2만1592달러이지만 미얀마는 831달러에 불과하다.

 두 나라가 이렇게 차이가 나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한국은 경제개발 초기 시장경제 체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채택했다. 인구도 적고 자원도 없는 상황을 극복하고자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으로 수출과 대외개방, 글로벌화를 추진했다. 여기에 불굴의 도전정신과 혁신적인 생각을 가진 리더들이 경제발전을 이끌었다.

 반면 미얀마는 최근까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해 왔다. 국제사회에 대해서도 폐쇄정책을 펼쳐왔다. 어떤 경제 체제를 선택하고 어떤 리더를 만나느냐에 따라 한국과 미얀마의 현재 모습이 결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 전경련 사절단은 미얀마 경제부통령을 비롯해 공업부·광업부·교통부·건설부 장관을 면담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지난 50년간의 사회주의 체제가 국민들에게 안겨준 것은 빈곤뿐이었다”고 말했다.

 국가의 발전에는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너무도 당연한 이 명제가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따라 한국과 미얀마에서 보는 것처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이제 미얀마가 변하고 있다. 테인 세인 대통령을 비롯한 리더들이 나서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하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새로운 기회의 땅인 미얀마와 우리나라 사이에 고조되고 있는 협력 분위기가 실제로 우리 기업의 투자로 이어져 서로 윈-윈하는 협력관계가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