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로메르, 황금 사자상 공로상 수상 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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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28일에서 9월8일까지 열릴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프랑스 감독인 에릭 로메르가 황금 사자상 공로상(정식 명칭, Career Golden Lion)을 수상할 예정이다. 로메르의 최신작인 장-끌로드 뒤레퓌스와 루시 러셀 주연의 '영국인과 공작(L'Anglaise et le Duc)'까지 올래 베니스 영화제에 출품하게 되어 잘하면 한번에 두 개의 황금 사자상을 거머지게 되었다. 로메르 감독은 이미 '녹색 광선(Le Rayon vert)'으로 86년에 황금 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에 로메르 감독이 수상할 황금 사자상 공로상은 영화계에 중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지난 82년부터 주어졌다.

올해 81살의 에릭 로메르 감독은 이때까지 30편 이상의 극장용 장편영화를 만들었으나 상업적 성공없이 골수팬들과 평단만의 열렬한 환호를 받아왔다. 까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장을 거쳐 최근에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사실 다른 누벨 바그 감독들의 그늘에서 가려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는데 70년대 초반까지 도덕에 관한 6가지 이야기 시리즈를 발표했지만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했다. 이후 여러 연극과 약 10년에 걸쳐 사계절 이야기를 만들었다. 대중성이 없지만 그런대로 알려진 작품으로는 'O 후작 부인(Die Marquise von O..)'과 '모의 집에서 보낸 밤(Ma nuit chez Maud)', '크루이저를 위한 소나타(La Sonate a Kreutzer)' 등이 있다. 이중 'O 후작 부인'인은 76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영화가 대부분 무거운 주제와 별다른 특징없는 이야기 전개로 때로는 영화의 마리보(18세기 프랑스 극작가)라는 칭호를 듣기도 하는데 이는 로메로 영화가 문학적 성향이 강하고 특히 사랑이라는 주제를 "분석"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로상을 받게된 베니스 영화제는 로메르와 깊은 관계를 오랫동안 맺어 왔는데 특히 두 번의 칸 영화제 출품에도 불구하고 황금종려상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을 86년 '녹색 광선'의 황금 사자상으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충분히 상쇄받았다. 이번에 수상할 황금 사자상 공로상은 지난 1999년부터 베니스 영화제를 책임지고 있는 알베르토 바르베라에 의해 발표되었는데 수상 이유를 "로메르는 그의 모든 영화에서 새로운 돌로 자신의 영화세계를 차곡차곡 쌓아갔으며 보기드문 일관성과 영화적 미를 보여주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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