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늦깎이 우승 이바니세비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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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전13기 끝에 받아든 우승컵' 2001 윔블던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정상에 오른 고란 이바니세비치(30.크로아티아)의 우승은 한 마디로 의외였다.

88년부터 윔블던에 출전해 92년, 94년, 98년에 3차례나 결승에 올랐으나 92년에 앤드리 애거시에 패한데 이어 94년과 98년에는 모두 피트 샘프라스(미국)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던 불운한 선수.

한때는 세계랭킹 2위까지 상승하는 등 강호로 대접받았지만 지금은 125위까지떨어져 퇴물 취급을 받던 터여서 전성기가 지난 지금 윔블던 우승컵은 이바니세비치에게 더욱 뜻깊다.

왼손잡이인 이바니세비치의 주무기는 193㎝의 장신에서 뿜어져나오는 빠르고 강한 서비스. 평균 시속 200㎞를 상회할 정도여서 한 경기에 에이스가 보통 20개 이상은 너끈히 쏟아내지만 플레이스타일이 단순한 편이어서 스트로크가 좋고 두뇌회전이 빠른 선수를 만나면 고전하는 것이 약점.

한편 이바니세비치는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삼성오픈 2회전에서 '한국의 희망' 이형택(삼성증권)과 만나 줄곧 밀리는 경기를 하다 가져온 라켓 3개를 모두 부러뜨리고 기권패한 적도 있어 한국팬들에게도 낮이 익은 편.

체력과 기량이 퇴조기에 있는 이바니세비치가 이번 우승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팬들은 13년 간의 도전 끝에 우승한 그의 불퇴전의 용기에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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