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천황사이트에도 반일감정 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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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왜곡을 둘러싼 한일간 갈등이 정부차원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천황제 연구 등을 내세우며 등장한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 네티즌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어 역사왜곡 갈등이 일본의 상징적 존재인 천황에 까지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6월11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개설된 ''일본천황연구회''(회원수 121명)는 "일본의 천황제를 바로 알고, 그 득과 실을 따져본다"라는 ''건전한'' 동기에서 출발했지만 9일 현재 사이트 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의 인신공격성 발언과 욕설만 가득해 본래의 취지는 퇴색하고 일본 비난 일색이다.

게다가 사이트 개설자가 ''감성에 호소할 수있는 리더, 지배하지는 않지만 군림할 수 있는 강한 리더''로서 일본의 천황을 지목하는 등 애초의 ''균형적 시각''을 유지하지 못함으로써 네티즌들로부터 사이트의 순수성과 객관성을 의심받자 네티즌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 네티즌은 일본을 ''천년의 적''으로 규정하고 일본인을 동물에 비유하는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고, 또다른 네티즌은 일본과 개설자를 싸잡아 비난하는 욕설이 담긴 같은 내용의 글을 수십건이나 한꺼번에 올려놓았다.

이에 대해 자신을 일본유학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천황을 욕되게하는 짓은 삼가시죠''라는 제목의 글에서 ''남의 나라 황제를 무슨 오징어 씹어먹듯이 하는 행동은 삼가주시기를 바랍니다''라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 이 사이트 개설로 양국 국민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천황제 연구''라는 다소 점잖은 제목과는 달리 노골적으로 일본의 천황제를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제목을 가진 인터넷 사이트 역시 많은 회원을 보유하며 활동하고 있다.

6월초 개설된 ''천황폐하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이미 회원수가 240명이넘었고 지난 3월 일찌감치 개설된 ''천황폐하 만세''라는 사이트도 회원이 100명을 돌파했다.

이들은 "누구나 생각의 자유가 있다. 막말로 역사왜곡을 일본천황이 주도하고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사이트 개설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자국의 역사도 왜곡하고 있는 한국은 일본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며 오히려 한국에대해 역사적 반성을 촉구하는 듯한 글까지 올리고 있다.

역사를 전공하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이에 대해 "부끄럽고 그만큼 스스로의 목소리에 자신이 없기에 익명성이 보장되는 이 곳에서 숨어서 거짓 글을 올리는 것이아닌가"라며 "끈질기게 살아남는 변절자들이 조국의 순수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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