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끄는 '5분 프로그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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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방송3사의 5분짜리 프로그램들이 주목을받고 있다.

짧은 시간에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군더더기 없이 집약적으로 담아내,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거나, 사회를 바라보는 바람직한 시각을 심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시청자들의 호응이 높자 방송사 내부에서도 '5분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5분 프로그램'은 지난 98년 6월 방송을 시작한 KBS 1TV「시청자칼럼-우리 사는세상」(매주 월~금요일 오후 6시 55분)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원칙과 관행을 시민이 직접 찾아나서 시정을 촉구한다'는취지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소재를 5분이라는 짧은 시간안에 흥미롭게 가공해 시청자들의 높은 호응을 받아왔다. 시청률은 8%안팎이고 때로는 10%를 넘기도 한다.

지나치게 높은 쓰레기 봉투 가격,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는 재건 성형수술, 막무가내로 이뤄지는 고속도로 함정단속 등 우리 사회의 소소하지만 지나칠 수 없는 문제를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재연드라마 형식으로 꾸미고 있다.

벌써 700회를 넘긴 이 프로그램의 담당PD는 3명. 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를 메우는 데 이틀의 제작시간으로도 부족할 때가 많다고 한다. 시청자들의 제보 가운데 공익적인 아이템을 선별하는 것, 취재된 내용을 5분으로 축소하는 것이 제작진의 가장 큰 고충이다.

또 지난 4월 30일, 봄개편과 함께 시작된 어른들을 위한 동화프로그램 KBS 2TV「TV동화-행복한 세상」(매주 월~금요일 오후 8시 45분)은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투박한' 5분짜리 애니메이션으로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있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인정'과 `나눔'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3천여건의 내용을 보면, 이 프로그램이 방영을 시작한 지 3개월도 채안됐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수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청자단체인 경실련 미디어워치는 2001년 상반기의 가장 좋은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TV동화-행복한 세상」을 선정할 방침이기도 하다.

미디어워치 김태현 간사는 "「TV동화-행복한 세상」은 오랜만에 출현한 온 가족이 시청할 수 있는 감동적인 프로그램"이라며 "짧은 방송시간에도 건전한 의도와 기획력만 있으면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만족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라고말했다.

한편, MBC의 시사콩트 프로그램「임현식의 세상돋보기」(매주 월~수요일 오후 11시 55분)는 최근 일어난 시사문제 등을 놓고 택시기사로 분장한 임현식씨가 거침없는 언변을 토해냄으로써 보는 이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고 있으며, SBS「맛기행 그곳에 가면」(매주 월~금요일 오전 11시 55분)도 전국에 산재한 '맛집'에 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면서 '5분 프로그램'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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