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술인도 헷갈릴땐… 얼렁뚱땅 점괘 찍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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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무리 용하다는 역술인이라 해도 세상사 모두를 알아맞히지는 못한다. 본래 점괘란 한치의 오차도 없지만 역술인도 사람인지라 하늘의 뜻을 제대로 풀지 못할 때가 있단다.

해서 역술인들이 말하는 정답률은 70%대에 그친다. 역술인들에게 물어봤다. 점괘로 잘 안보일 때 위기를 어떻게 모면하냐고. 사람들이 알면서도 속게 만드는 그들의 '영업 비밀'을 들여다본다.

▶따지듯 물어온다.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하면 의심해라. 괜히 고함을 치거나 꾸짖기도 한다. 지금 당신은 경찰서에서 취조를 당하고 있거나 기자의 취재 대상이 된 것과 같은 신세다. 점괘로는 도통 모르겠으니 정황 증거라도 따져서 '찍어보겠다'는 속셈이다. 간단 명료하게만 답해라. 상대가 적잖이 당황할 것이다.

▶맞장구친다.

-"거 봐. 맞지?" "내 얘기가 그 뜻이라니까." 지금 상대는 당신의 말이 끊어지지 않도록 채근하고 있다. 추임새에 이끌려 입을 열다보면 당신의 의중이 속속 드러난다. 정신차려라.

▶가족 중에 근심이 생긴다.

-가족 있는 사람 중에 근심 없는 사람이 있을까. 비슷한 표현으로 '음력 오뉴월엔 물가를 피해라'가 있다.

▶"봄이 되면 꽃이 피고, 꽃이 피면 새가 날고, 새가 날면 새똥이 떨어지고…."

-내용도 없는 얘기가 쉼없이 이어진다. 얼추 주문(呪文)을 외거나 신수를 풀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은 마땅히 할 얘기가 없다는 뜻이다.

▶"만사 형통이요, 운수 대길이로다~."

-상대는 지금 당신의 운세를 봐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쯤에서 대충 끝내자는 얘기다. 불길한 점괘를 내놓느니 덕담이나 해주겠다는 요량이다. 그냥 잊어버려라. 빈말이다.

▶'요리 보고 조리 보고' 온몸을 샅샅이 훑어본다.

-옷입은 모양새 등을 보고 당신을 판단한다. 일부러 변장을 하면 오히려 어색한 티가 두드러져 쉬이 들통이 난단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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