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워치] 미국 다우 사상 최고치 눈앞 … 문제는 그때부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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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1945년 11월에 미국 국채 수익률이 1.5%까지 떨어졌다. 사상 최저치였다.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른 후 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올해 7월 미국 국채 수익률이 1.4%까지 떨어졌다. 70년 만에 저점을 갱신한 것이다. 경기 둔화와 공격적 통화 정책이 금리를 떨어뜨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3차 양적완화(QE3)를 통해 유동성을 ‘무기한’ 공급하기 시작했다. 내용만 보면 4차 양적완화를 비롯해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없어졌다. 선진국의 금융 완화 정책 가운데 나올 만한 정책이 다 나왔다. 금융완화 정책은 ‘재료’로서 역할이 끝나고 있다.

 국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1% 이하였다. 그래서 바닥이 넓은 형태를 보이면서 저점에서 횡보하는 기간이 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보다 길어졌다. 외환위기 때는 성장이 3분기 만에 1% 이상으로 높아졌다. 정보기술(IT)주 버블 붕괴와 2003년 카드 사태 때에도 바닥이 길었지만, 그래도 다섯 분기를 넘지 않았다.

 그나마 미국은 나은 편이다. 9월 실업률이 8% 밑으로 내려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3차 양적완화의 목표가 고용 개선이라고 얘기한 데서 보듯 실업률 하락은 미국 경제의 회복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금융위기 이전에 미국 실업률의 최고치는 6.1%다. 지난달 고용사정이 개선되긴 했지만 절대 수준에선 여전히 좋지 않은 상태다. 고용부진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된다 해도 속도가 느리고 완만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를 처음으로 3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됐다. 150개 주요 기업의 2분기 이익은 22조5000억원이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제로는 17조5000억원에 그쳤다. 3분기 전망치는 더 높아 27조60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전망치를 밑돌 확률이 높다. 당분간 실적이란 재료는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2000선을 웃돌던 코스피 지수가 이번 주 1900선으로 밀렸다. 그렇지만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도 여전히 주가는 높은 수준이다.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을 시작하면 의미 있는 지수에 도달할 때까지 상승이 꺾이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와 2000포인트를 넘을 때도 그랬다. 해당 지수에 도달하기 전에 경기가 꺾이고 미국 금융위기가 시작되는 등 악화 요인이 발생했지만 주가는 계속 올랐다.

 미국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 돌파를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잘만 하면 다음 주 사상 최고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미국 증시가 목표에 도달한 후 실물 경기를 반영해 꺾이게 되면 국내 시장은 더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경기 둔화나 실적 악화, 그리고 외국인 매수 감소 등과 같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 한꺼번에 시장을 압박할 것이다. 지금은 주식 매수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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