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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청정연료 에탄올 파푸아뉴기니 땅 빌려 한국 기업이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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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의 에탄올 생산 업체인 창해그룹이 남태평양의 섬 나라 파푸아뉴기니에 대규모 미래청정에너지 생산단지를 만든다. 창해는 지난달 4일 파푸아뉴기니 정부와 '카사바 경작 및 에탄올 생산에 관한 계약'을 맺었다. 최소 2만ha(6050만 평.여의도 넓이의 약 24배)의 토지를 현지 정부로부터 40년간 무상 임차해 고구마와 비슷한 카사바라는 식물을 재배하는 농장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창해는 이 식물에서 자동차 연료 등으로 쓰이는 에탄올을 뽑는 공장도 현지에 함께 만든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이 사업을 돕기 위해 최근 '카사바 위원회'라는 기구까지 만들었다. 농축산부 차관이 위원장, 경제기획원.상공부.토지부 등 중앙 부처의 차관들이 위원이다. 이처럼 범정부 차원에서 나서는 것은 이 프로젝트가 낙후된 경제를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카사바.옥수수.사탕수수 같은 식물에서 추출하는 에탄올은 휘발유에 첨가하거나 휘발유를 대체하는 용도로 쓰여 '바이오 연료'라고 불린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어 차세대 청정 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에탄올은 원래 술의 원료로 많이 쓰였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들과 주요국 정부가 앞다퉈 연료용으로 개발.생산에 나서면서 2002년 기준 전 세계 생산량 가운데 주정으로 사용되는 비율은 13%로 줄었다. 66%가 자동차 연료로 쓰이고 있다. 에탄올을 물에 타 희석하면 술이 되고, 수분을 줄이면 연료가 된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창해에 20년간 바이오 연료 사업 독점권도 보장했다. 또 15년간 법인세.관세를 면제하고, 도로.전기 등 사회간접자본 지원을 약속했다. 대신 창해는 26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키로 했다.

창해는 상반기 중 구체적인 지역을 정한 뒤 하반기부터 식물 재배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2010년에는 54만㎘의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ℓ당 13㎞를 달리는 에탄올 자동차가 하루 40㎞를 달린다고 가정하면 40만 대 이상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창해 임성우 회장은 "파푸아뉴기니는 바이오 연료 식물의 최적 재배지"라고 설명했다. 고온다습한 기후가 카사바 재배에 적합한 데다 국토(한반도의 두 배)의 80% 정도가 사람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곳이어서 재배 가능 면적이 넓다는 것이다.

파푸아뉴기니는 전 국민(542만명)의 90%가 수렵.채취 등으로 자급자족하며 살고 있다. 유엔은 파푸아뉴기니가 2002년 기준 177개국 가운데 136번째로 고용 사정이 안 좋은 국가로 추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 5000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고 매년 1500만 달러 이상의 수출을 올릴 것으로 보이는 카사바 프로젝트가 경제에 큰 활력소가 될 것으로 현지에선 기대하고 있다.

마이클 소마레 총리는 계약식에서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본받아 이 프로젝트를 농촌 개발의 전기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창해그룹은 보해양조의 창업주 고 임광행 회장의 둘째 아들 임성우 회장이 2003년 만든 에탄올 전문 그룹이다.

포트모르즈비(파푸아뉴기니)=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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