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콜금리 인하 단행 불구 시장은 냉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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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금리가 인하됐다.

격론을 벌인 끝이지만 이는 이미 감지된 것과 같은 결과다. 지난 2일 발표된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표출됐다.재경부의 경제운용 방향이 한국은행으로 하여금 물가관리 관리 외 경기쪽에도 신경을 써 달라는 의미로 다가섰던 것.

지난 달 금통위가 콜금리 현행유지를 결정하면서 ‘경기부진 지속 여부에 유의한다’는 토를 달았던 것도 그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이어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2일 한 조찬 강연회에서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 목표에만 집착할 경우 경기 하강폭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우려,콜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했었다.

당시만 해도 한은의 공식 입장은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을 감안하되 물가와 경기,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통화정책 방향을 정하겠다는 것이었다.금리를 인하한 후 경기부양 효과는 미미하면서 물가를 자극할지 모른다는 점을 더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시장의 이코노미스트들이 한결 같이 설령 콜금리를 인하해도 경기를 부추기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얘기하는 것이 부담이었다.이미 금리 인하의 시기를 놓친 것으로 간주,하반기 중 적당한 시기에 0.25%가 이나라 0.5%를 한꺼번에 인하,경기를 자극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인하론이 강해졌다.6월 수출이 지난해 동기대비 두 자리수 감소하는 등 실물경기 침체 기조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불안 심리는 다소 진정된 점을 강조하는 말이 자주 나돌았다.심지어 재경부가 물밑에서 인하를 유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다닐 정도였다.물론 이는 경제정책의 초점이 인플레이션 방지보다 경기침체 해결쪽으로 옮겨진 마당에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추측 같은 것이었다.

증권시장은 전날의 국민연금 주식투자와 콜금리 인하 등 양대 호재를 갖게 돼 모처럼 탄력을 여지가 없지 않다.하지만 이는 일시적일 공산이 없지 않다. 저금리가 구조조정을 저해하면서 경기를 부추길 경우 경제구조의 건전화를 통한 증시 부양이 물 건너 갈 우려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한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에서 연간 성장을 4%,하반기에는 잠재성장률을 5%로 보고 있다”고 전제,“이는 결국 재정은 물론 통화측면에서도 적극적인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없음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시중 유동성은 풍부함에도 불구,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말하자면 콜금리를 내리더라도 투자유발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주식시장은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오전 강보합 추세였던 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오히려 역보합으로 말렸다.코스닥 지수의 경우 오전의 약보합에 이어 콜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여전히 움직임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금리 인하 이후다.이미 그것이 시장에 반영돼 있다는 주장을 감안하면 그 조치로 경기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다.대신 구조조정이 일관되게 진행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우선은 대우자동차와 현대투신증권의 매각을 순조롭게 매듭해야 한다.그리고 서울은행도 매각도 조기에 결론을 내야 할 입장.이밖에 다른 부실기업들의 처리도 시장의 논리에 맞춰 투명하게 처리할 것이 요구된다.

증권사 한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증시의 향방이 어차피 외국인의 움직임에 달려 있는 만큼 그들이게 신뢰감감을 부여하는 것은 필수적”이라며 “금리 인하가 구조조정을 지연·이완 시킬 경우 장기적으로 시장은 오히려 거꾸로 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의도 기자 <huhe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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