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자 개발 방식 수출 사례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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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자 상표부착 생산(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에 치중해오던 중견 제조업체들이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이란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OEM은 주문자가 만들어준 설계도에 따라 생산하는 단순 하청생산 방식. 반면 ODM은 주문자의 요구에 따라 제조업자가 주도적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공급가에 개발비를 추가할 수 있어 부가가치도 OEM에 비해 높다. 또 부품가격이 하락해 원가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

ODM 수출은 이동전화 단말기 생산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최근 미국 모토로라에 7억달러(약 9천1백억원)어치의 휴대폰 단말기를 수출하기로 계약한 팬택(http://www.pantech.co.kr)도 이 방식을 채택한 한 경우다.

계약 모델인 CDMA-2000 1× 단말기에는 모토로라 상표가 붙지만 제조는 물론 연구개발.설계.디자인을 모두 팬택에서 했다.

1998년부터 모토로라에 '스타텍' 단말기를 OEM 공급해오던 팬택이 ODM으로 공급방식을 한 단계 격상한 것은 꾸준한 연구개발의 결실.

팬택의 신동진 이사는 "매출액의 3%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할 정도로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고 말했다.

팬택은 지난달 중국 업체와도 50만대 가량의 초경량 폴더형 휴대폰(8천만달러어치)을 ODM 방식으로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이지엠텍(http://www.ezzemobile.com)은 중국 이동통신 단말기 회사인 커젠(科健)사에 2003년까지 유럽식 디지털 이동전화 방식인 GSM 단말기 5백만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총 5억달러 규모로 올해 안에 1백20만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 회사 김동필 사장은 "그동안 연구개발을 많이 해 개발.설계.디자인.생산 등 모든 분야에서 다국적기업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고 말했다.

위성방송 수신기(셋톱박스) 전문업체인 케드콤(http://www.kedcom.co.kr)은 최근 유럽 바이어와 7월부터 유럽식 디지털 이동전화(GSM) 단말기 1만대를 ODM 방식으로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케드콤 관계자는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장기 공급계약 협상이 성사되면 올해 모두 3백억원어치의 단말기를 유럽지역에 수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텔슨전자도 핀란드 노키아 등에 공급하는 제품을 직접 설계한 뒤 제조까지 마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유재원 동향분석실장은 "ODM 수출은 기술력은 있으나 브랜드 파워를 갖추지 못한 중소업체들이 선진 시장 진출을 위해 채택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 이라면서도 "하루 빨리 자체 브랜드로 세계시장에 당당히 설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lee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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