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레이트] 재기의 나래를 편 염종석

중앙일보

입력

‘불운의 스타’염종석의 얼굴은 실로 오래간만에 웃음꽃으로 활짝 폈다.

7월의 첫째 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온 롯데 자이언츠의 염종석은 7이닝 동안 4안타 2사사구 3탈삼진 1실점(비자책)의 깔끔한 피칭으로 시즌 첫 승을 거두었다.

지난 5월22일 해태 타이거스와의 경기에서 올 시즌 첫 출장을 해 그 동안 중간계투로 나와 2패만 기록하였으나 선발로 돌아 선 세번째 등판에서 결국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전 두번의 선발 등판에서도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서 그렇지 6월 19일 인천 구장에서 벌어진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는 5이닝 동안 1안타 무사사구 2실점(1자책), 6월 26일 잠실 구장에서 등판했던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는 5이닝 동안 6안타 1사사구 1실점(1자책)이라는 성공적인 피칭을 보여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그러나 아직 염종석은 완전한 몸상태가 아니다. 80개 정도가 한계투구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발투수의 척도라 할 수 있는 6이닝 이상의 피칭은 쉽지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염종석은 상대 타자를 맞춰 잡는 피칭으로 최대한 투구 수를 줄이려고 하고 있다. 실제로 염종석은 한화와의 경기에서 겨우 81개의 공을 던져 7이닝을 소화해 내었다.

원래 염종석은 비슷한 처지의 동료인 문동환과 함께 6월 중순이나 하순경에 1군에 합류할 계획이었으나 팀 사정상 그 시기가 한 달 정도 앞당겨 졌다. 그러기에 부담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현재 자이언츠는 시즌 전과 초반에 예상되었던 최강의 투수진이 주형광과 기론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과 믿었던 김영수와 강상수의 부진으로 흔들렸다.

여기에 손민한도 어깨 부상으로 뒤쳐져 있고 최근 마무리로 돌아선 에이스 박석진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기대 이상으로 활발한 타격에 보조를 맞추지 못해 하위권에 처져 있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염종석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염종석의 직구 스피드는 140km/h대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수술 이전 보다 오히려 더 빠르다는 평가다. 여기에 그의 주특기인 슬라이더 변화각도 예전보다 무디지만 만만히 볼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게다가 싱커와 포크볼 등 다른 변화구도 적절히 구사하여 몸 상태만 정상으로 돌아오면 제 2의 전성기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이 결코 헛된 것만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부상이 재발될 것 같아서 던질 때 마다 항상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피칭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따라서 무리하지 않고 던지면 나날이 투구 수를 늘여갈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은 다소 신중하지만 염종석의 호투에 고무되어 있는 김명성 감독은 아마도 최대한 빨리 그가 80개 이상은 던지도록 승패에 관계없이 계속 선발로 출장시켜 자신감을 불어줄 생각이다. 그것은 바로 롯데의 성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당장 큰 욕심은 없다. 그러나 가족은 물론이고 팬클럽 ‘슬라이더 염’을 비롯한 내가 힘들 때도 아껴줬던 팬들과 주위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던져 성원에 보답하겠다.”

’92년 부산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 혜성처럼 나타나 약체로 분류되었던 을 페난트레이스3위로 끌어 올리고 결국 팀을 한국 시리즈 우승 일등주역이었던 염종석.

방어율 1위, 골든 글러브와 신인왕 수상과 함께 부상으로 인해 ’95년,’97년,’99년 세 차례의 수술을 받는 등 영욕(榮辱)을 겪었던 그다.

어느덧 10년 차로 중견 투수가 된 염종석이 예전처럼 롯데의 에이스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대해 본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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