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전북·가톨릭·한국외대, 총장이 뛰니 순위도 뛰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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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순위가 상승한 대학들엔 공통분모가 있다. 총장들이 학교 홍보를 위해 외부와 적극 소통하고 기부금 모금 등 재정 확보에 솔선수범한다는 점이다. 또 확보한 재정을 교육여건 개선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것도 닮은꼴이다. 이들에겐 ‘CEO 총장’ ‘발로 뛰는 리더십’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특히나 경쟁이 치열한 중상위권 대학에선 총장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가 순위 변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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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김희옥(64) 총장은 지난해 2월 취임 직후부터 최근까지 전국의 사찰 100여 곳을 돌았다. 불교계 대학인 동국대에 기부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또 국유지였던 본교 대운동장을 사들일 자금 마련을 위해 동문들을 상대로 ‘땅 한 평 갖기 운동’도 벌였다. 70억원을 모았다. 동국대는 이 자리에 기숙사를 지을 계획이다. 동국대는 지난 한 해 기부금으로 전년도(60억원)의 두 배가 넘는 143억원을 모았다. 개교 이래 최대 규모다.

 동국대는 올 대학평가에서 전국 102개 대학 중 ‘세입 대비 기부금 비율’이 10위로 뛰었다. 김 총장은 불어난 재정을 연구력 강화에 적지 않게 배당했다. 이런 노력 덕에 동국대는 본지 평가에서 2년 연속 순위(17→14→13위)가 상승했다.

 본지 평가에서 최근 3년 연속 순위(32→22→21→20위)가 올라 올해 ‘톱 20’에 진입한 전북대도 마찬가지다. 서거석(58) 전북대 총장은 지난해부터 틈나는 대로 주요 기업을 찾아다녔다. 이 자리에서 서 총장은 “우리 대학에 투자해달라. 좋은 연구와 인재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서 총장의 노력에 힘입어 전북대는 지난해 외부 연구비로 1244억원을 수주했다. 9개 지역 거점 국립대학 중 가장 많은 액수다. 서 총장은 또 기업 현장을 찾을 때 해당 회사 입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동행시켜 기업 관계자들과의 만남도 주선한다.

 올 4월 가톨릭대는 4대1의 경쟁을 뚫고 교육과학기술부가 뽑는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에 선정돼 4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학교 안팎에서는 박영식(58) 가톨릭대 총장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박 총장이 처음 LINC 사업에 지원할 의향을 밝혔을 때만 해도 교수들은 반대했다. 가톨릭대의 이공계 비중이 작기 때문에 산학협력 분야가 약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박 총장은 “융·복합 시대인 만큼 인문사회 분야도 콘텐트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계획서에 넣을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저녁마다 기업체 관계자들을 만났다. LINC로 선발된 수도권 7개 대학 가운데 가톨릭대는 유일하게 인문사회 분야에서 선정됐다. 이 대학은 올해 평가에서 지난해보다 한 계단 오른 22위를 기록했다.

 박철(63) 한국외국어대 총장은 지난 3월 2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학교 방문 연설을 이끌어 냈다. 박 총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소식을 접하자마자 ‘미국 현직 대통령의 첫 한국 대학 연설을 성사시키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 뒤 주한 미국대사관을 찾아가 특별연설을 요청하고 미국에 사는 외국어대 동문들에게 “도와달라”는 전화를 수없이 돌리는 노력이 이어졌다. 2006년 취임한 박 총장은 20개국을 돌며 해외 협정 대학(463개)을 취임 전의 두 배로 늘렸다. 외국인 전임교수는 196명(30.4%)으로 전국 2위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제화 부문 1위를 지킨 한국외국어대는 종합순위도 두 계단 오른 14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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