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나] 홍성원 중앙독서감상문 수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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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는 본래 화가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나이를 먹어서도 화가로 남아 있는가 하는 것이다. " 파블로 피카소가 한 말이다. 비단 예술적 재능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도 가끔 어릴 때 읽던 책들을 들여다 보면 그 때의 순수함이 생각나며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학교교육의 틀이라는 짐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유로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았다. 또 어떤 책을 읽어야 내가 세상을 보는 눈과 사고력을 넓힐 수 있는지도 쉬 가늠키 어려웠다.

그런 면에서 중앙일보의 '좋은책 100선' 과 독서감상문 대회는 내가 시간상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양서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책을 읽을 동기를 부여해주었다는 점에서 지금도 고맙게 여긴다. 특히 지난해 독서감상문에 응모했던 히로나까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김영사) 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책이다. 주변 사람들은 제목만 듣고 모두 웃곤 한다. 우선 학문이 즐겁다는 말 자체가 와닿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학문의 목적은 진리탐구에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고3때, 그 책을 읽기전 닫혀 있는 생활 공간과 닫힌 사고를 강요받는 상황에서 이 말은 공허하게만 들렸다. 사실 평범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학문의 즐거움, 그것은 틀림없이 결과를 음미하는데 있다.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수학 문제 하나가 풀려나갈 때의 그 기분, 혹은 남들이 생각해 내지 못할 만한 나만의 문학적 표현 등은 모두 즐거움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학문의 과정 자체도 즐거움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스스로 만든 예쁜 물건을 친구에게 줄 때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의 즐거움,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는 지혜 등이 모두 공부하는 즐거움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한 깨달음이 고3때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실패에 대한 부담감을 더는 데 큰 힘이 됐고, 대학생이 돼 내가 원하는 분야의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도 그것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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