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택의 중국 만리장정’ 갈수록 흥미진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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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호 30면

1980년대 TV는 오후 9시를 알리는 시그널과 동시에 대통령의 근황을 알리는 정치 뉴스로 시작하곤 했다. 그때보다는 분명 덜하지만 아직도 신문과 방송 뉴스는 정치 과잉이다. 요즘처럼 대선을 앞둔 시기에 9월 30일자 중앙SUNDAY는 과감하게 1면을 600년 서울을 지킨 성곽길로 장식했다. 우리 사회도 많이 변화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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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나라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게 돼 있다”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이 떠오른다. 앞으로 우리나라 신문 1면이 보다 다양한 인문·예술 분야로 채워질 때 오히려 정치 수준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평소 궁금했던 그녀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부드러운 인상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나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의 날카롭고 공격적인 이미지와 상당히 달라 보였기 때문이다. 그의 솔직 토크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남성 우월주의와 부딪쳤을 때 훌륭하고 확실한 유머로 넘어가라고 조언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이다. 또 이 땅의 모든 일하는 여성의 고민거리인 모성과의 갈등도 단칼에 결론 내 준다. “프로답게 일하는 완벽한 어머니란 실제론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이 허상 때문에 오늘도 고군분투하느라 골병이 들고 있는 내 친구와 후배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기사였다.

‘홍은택의 중국 만리장정’이 요즘 흥미진진하다. 자발적 고행에 가까운 자전거 여행에 걸맞은 인물들을 이제야 만난 듯하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주제가 아닌 일상사와의 만남이다. 얼핏 보기에 하찮아 보일 수 있지만 이들 구석에 진실과 재미가 있다. 내가 이런 기행문에 가장 바라는 점이다.
지난달 27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퇴진했다. ‘재임 2년3개월 공과(功過)’에서 보수와 진보 양쪽 입장을 다룬 의도는 좋았다. 진보 교육감이 뽑힐 수 있었던 것은 교육계의 뿌리 깊은 부패 관행도 이유가 됐다. 하지만 보수 측 인터뷰를 보면 자성의 목소리라곤 찾아볼 수 없다. 진보 측 또한 곽노현 교육감의 당선이 역사상 최초로 정책 선거의 승리라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나는 최근 2년간 중학교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대다수 학부모가 학교 급식의 질을 더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상급식 실시 이후 1인당 1회 급식비가 오히려 50원 줄어들었다. 물가는 오르는데 무상급식으로 줄어든 50원의 위력은 부실해진 반찬의 질로 확인할 수 있다. 학생들이 먹고 싶은 반찬은 언제나 부족하다. 급식의 주인공은 학생인데 그들을 질적·양적으로 만족시키지 못하는 마당에 무상급식을 자랑하는 건 정치적 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공허한 인터뷰는 언론이 지양해 주길 바란다. 대선과 함께 치를 교육감 재선거가 그들만의 잔치가 될까 벌써부터 두렵다.



백미영 서울대 음대 졸업. 1989년부터 2006년까지 KBS교향악단 바이올린 연주자로 일했다. 지금은 전업주부로 책 읽기가 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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