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 명? 10만 명? 싸이 공연 집계, 경찰은 왜 다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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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4일 싸이 콘서트 (경찰 추산 8만 명, 주최 측 10만 명)

행사나 집회에서 중요한 것은 참석자 수다. 그래서 경찰과 집회 주최 측 간에 참석자 수를 놓고 실랑이가 종종 벌어진다. “경찰은 될수록 적게 센다” “집회 주최 측은 될수록 많이 센다”며 서로 공방을 벌인다. 이에 따라 신문과 방송도 “이번 집회(또는 행사) 참가자 수는 경찰 추산 ○○명, 주최 측 추산 ○○명”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4일 밤 열렸던 싸이의 서울시청광장 공연에 경찰은 8만 명의 시민이 몰렸다고 추산했다(위쪽 사진). 주최 측인 서울시는 10만 명이라고 했다. 경찰과 집회 주최 측이 참석자 숫자를 놓고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건 지난 2008년 이다.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한창이었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국민대책회의)’는 6·10 항쟁 21주년이던 2008년 6월 10일을 ‘100만 촛불대행진’의 날로 정했다. 6월 10일 집회 참가자(아래 사진) 숫자를 당시 경찰은 8만 명이라고 추산했다. 일부 신문엔 경찰이 10만5000명으로 추산했다고 보도됐다. 하지만 국민대책회의는 70만 명이라고 주장했다.

 군중의 숫자는 어떻게 셀까? 미국 소비자 제품 분야 최고 권위지인 포퓰러 메카닉스(Popular Mechanics)가 지난해 소개한 군중 숫자 세기에 대한 기사를 보면 군중 세기의 기본은 ‘면적에 밀도를 곱해 총인원을 내는 방법’이다. 1960년대 미 캘리포니아대 허버트 제이컵스 교수가 한 사람이 차지하는 밀도를 계산해 인원을 산출했다. 그에 따르면 인구밀도가 낮은 집회에서 한 사람이 차지하는 면적은 0.9㎡, 인구밀도가 높은 집회는 0.405㎡라는 측정값을 얻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 보면 3.3㎡(1평)에 인구밀도가 낮은 집회는 3.6명, 인구밀도가 높은 집회는 7.3명이 모여 있는 셈이다.

2008년 6월 10일 촛불집회 (경찰 추산 8만 명, 주최 측 70만 명)

 이외에도 항공사진을 찍어 만든 3D지도를 이용해 군중을 세는 방법 등이 있지만 직접 세보지 않는 이상 오차는 있게 마련이다.

 그러면 한국 경찰은 어떻게 셀까? 가장 보편적인 ‘면적X밀도=총인원’ 계산법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 경찰의 기준은 3.3㎡(1평)이다. 사람들이 듬성듬성 앉아 있을 땐 3.3㎡(1평)당 4명, 서 있을 땐 6명으로 셈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밀도가 높다면 앉을 땐 3.3㎡(1평)당 6명, 서 있을 땐 10명으로 계산한다. 2002년 월드컵 때와 같이 아주 꽉 차 밀도가 최고로 높으면 평당 15명으로 계산하기도 한다.

 서울시청광장의 경우 계산법이 따로 있다. 이곳은 행사가 잦고, 곳곳에 시설물이 많아 단위면적 계산이 어려워 미리 만들어 놓은 표에 따라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시청광장 안쪽이 찰 경우 2만5000명, 대한문 안쪽~태평로~세종로가 찰 경우 2만5000명, 플라자 호텔 앞 차선까지 다 찰 경우 1만 명, 대한문까지 나올 경우 4000명, 환구단 재능빌딩 쪽까지 나올 경우 8000명, 소공로 쪽까지 나올 경우 8000명이다. 여기에 광장으로 유입되는 속도에 따라 꾸준히 인원증가를 체크한다. 4일 싸이 공연의 경우 대한문 앞에서 시청광장으로 횡단보도를 건널 때 신호 한 번 바뀔 때마다 최소 300명에서 500명까지 늘었기 때문에 이 인원을 시청광장 추산 인원에 계속 포함시켜 계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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