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왕세자, 집중력 키우려 숨참기 훈련도 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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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일 ‘정조 효 문화제’에서 ‘왕세자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안희재 대표.

“조선시대에 주권자 교육을 받은 사람은 왕세자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사대부들은 주권자에게 충성하는 신료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지요. 국민주권을 강조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선 모든 사람에게 왕세자 교육이 필요합니다.”

 경기도 화성에서 5∼7일 열리는 ‘정조 효 문화제’에서 ‘왕세자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안희재(52) ‘한국의 장(場)’ 대표는 조선시대 왕세자 교육이 오늘날 왜 필요한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안 대표는 단국대에서 전통 복식을, 국민대에서 의례를 전공해 차례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전통문화행사 전문대행사인 ‘한국의 장’을 운영하면서 성균관 입학례·대한문 수문장 교대의식 등을 연출하고 있다.

 안 대표가 강조하는 왕세자 교육의 핵심은 ‘공부’다. “세자의 주업은 공부였다”고 말할 만큼 왕세자의 학습량이 많았다고 한다. 공부는 대학·중용·논어 등 경전 읽기를 통해 이뤄졌다. 원자 나이 세 살이 되면 ‘강학청’을 설치해 천자문과 동몽선습·격몽요결 등을 가르쳤고, 세자 책봉 뒤에 ‘세자시강원’에서 왕세자의 교육을 전담했다. “본격적인 공부는 일곱 살 정도부터 시작됐죠. 하늘의 기운이 열리는 새벽 4, 5시쯤 일어나 식전 아침공부부터 밤공부까지 하루 네다섯 차례 공부시간이 계속 이어졌어요.”

 집중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도 중요했다. “숨참기 훈련도 했다고 합니다. 활 쏠 때처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순간에는 숨조차 멈추는 데 착안한 듯합니다. 세자에게 아침마다 대야에 얼굴을 잠수하게 하고, 옆에서 내관이나 상궁이 수를 세는 방법을 썼습니다. 6세의 원자가 120초 정도 숨을 멈추었다는 기록도 있지요.”

 왕세자에게 시도한 ‘공부 잘하는 비법’은 다양했다. 공부하기 전에 조청을 한 숟가락씩 먹게 하고, 책을 읽을 때 손가락으로 콕콕 짚어가며 큰소리로 읽게 하기도 했다. “새벽에 공부하기 전에 인삼이 들어간 미음을 먹게 하고, 콩강정과 콩밥 등 콩단백질 섭취를 많이 하게 한 것도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안 대표는 이번 ‘왕세자 교육 체험’에도 이런 교육법들을 적용할 생각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초등 5, 6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사흘 동안 하루 8시간씩 진행된다. 소학·동몽선습 등을 교재로 한자 공부와 무예, 전통음악, 왕실예절 등을 가르칠 예정이다.

 “공부할 게 많지만 ‘경쟁’은 없습니다. 왕세자는 남을 이기기 위한 교육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대신 남의 마음을 읽고, 그 사람을 다루는 법을 익혔습니다. 진정한 리더십 교육이죠. 그 길을 책에서 찾은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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