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 이상 예금 ‘멸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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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연 4% 이상의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을 찾기 어려워졌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연 4% 이상의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신규 취급액 기준)이 전체 수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32.4%에서 올 8월 현재 1.6%로 쪼그라들었다. 올 4월까지만 해도 20%대를 유지했지만, 7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3%로 0.25%포인트 내린 이후 고금리 비중은 1%대까지 줄었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현재 연 4%대 이율은 거액을 맡기는 일부 기업과 수퍼리치에게만 적용하고 있다”며 “사실상 4%대 고금리 예금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특히 연 5% 이상 정기예금의 비중은 수치상으로도 0%를 기록했다. 한은은 “지난해 6월에는 5% 이상 고금리 비중이 1.2%였으나 올 7월 이후 비중이 떨어져 현재 0.1%와 0.0% 사이를 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8월 말 현재 은행권의 평균 수신금리는 연 3.19%까지 낮아졌다. 기준금리(연 3%)를 겨우 웃도는 수준으로, 2010년 11월(3.09%) 이후 21개월 만에 최저치다.

 예금금리가 뚝 떨어진 이유는 은행이 돈 굴릴 데가 마땅찮기 때문이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1~2년 새 한은의 기준금리는 딱 한 차례 인하했다”며 “이를 감안할 때 고금리 예금상품이 지나치게 빨리 시중에서 사라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익성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은행이 굳이 고금리 상품을 내놓을 유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금리로 고객을 끌어모았던 산업은행의 KDB다이렉트 Hi정기예금도 2일 금리를 연 4.05%에서 3.80%로 0.25%포인트 내렸다. 이제 시중은행에서 특판 우대이율을 제외하고 연 4% 이상의 금리를 주는 상품은 전무한 상황이 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은행 예금금리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추세라면 올 4분기에는 4%대 정기예금마저 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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