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조금 ‘먹튀’ 못하게 … 새누리, 정치자금법 개정안 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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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정당에 소속된 대통령 후보가 후보로 등록한 뒤 사퇴하면 정당에 지급된 선거보조금을 국고에 반납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겨냥한 조치다.

 새누리당 중앙선대본부장인 서병수 사무총장은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특정 정당의 후보자가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뒤에 중도 사퇴한 경우에 선거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선 후보 등록 후 문재인·안철수 후보 가운데 안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민주당은 149억9323만원을 다시 내놔야 한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11월 25~26일 18대 대선 후보 등록을 마감한 뒤 이틀 후인 11월 28일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은 각각 154억5581만원, 149억9323만원, 25억9047만원의 선거보조금을 지급받는다. 무소속인 안철수 후보는 정당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받지 못한다. 따라서 문 후보로 단일화하면 민주당은 보조금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대선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정당에 선거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일단 등록을 하면 사퇴해도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서 사무총장은 “선거보조금은 선거운동에 소요되는 경비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해 주는 제도”라며 “후보자를 내지 않은 정당에는 선거보조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법안을 통해 야권의 대선 후보 단일화를 견제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특히 최근 3%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위해 사퇴하지 못하게 막는 측면도 있다. 분당 사태를 겪은 통합진보당으로선 25억원이 넘는 선거보조금이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는데, 단일화에 참여할 경우 이 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개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실상 야권 후보 단일화 흐름에 대한 표적 입법”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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