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우려되는 중국 항공모함 시대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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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이 항공모함 시대의 막을 열었다. 중국 해군은 그제 랴오닝성 다롄항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함 취역식을 거행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랴오닝함의 취역은 중국의 국방력과 종합 국력을 끌어올리는 중대하고도 깊은 의미를 갖는다”고 선언했다. 연안 방어에 주력해 온 중국 해군이 전투력 투사(投射) 능력을 갖춘 대양해군으로 발돋움했음을 전 세계에 과시한 것이다.

 랴오닝함 취역으로 동아시아 안보 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아시아·태평양 회귀를 선언하고 대중(對中) 견제에 나선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될 게 불 보듯 뻔하다. 미국은 11척의 항모 중 6척 등 전체 해군력의 60%를 태평양에 배치할 계획이다. 중국은 장차 랴오닝함을 필두로 항모 전단을 구성해 태평양 및 인도양으로의 진출을 서두를 것이다.

 영토 분쟁으로 긴장 관계에 있는 주변국들을 자극함으로써 동아시아 전체가 군비경쟁의 늪에 빠질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일본은 물리적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다. 일본과 대만은 물대포 공방전까지 벌였다. 자민당의 재집권 가능성과 함께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대국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해 본격적인 재무장에 나서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랴오닝함이 항모로서 제 구실을 하려면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함재기조차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서둘러 취역식을 하고 랴오닝함을 실전배치한 것은 대외과시용 성격이 짙어 보인다. 미국은 물론이고 동아시아 주변국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을 것이다.

 서해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마주 보고 있는 우리로서도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문제다. 랴오닝함의 작전반경 800㎞ 안에는 남한 전역이 들어간다. 더구나 중국은 이어도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과 대등하게 맞설 수는 없더라도 만만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의 해군력은 우리도 갖춰야 한다. 예산 사정으로 보류한 전략기동함대 창설을 다시 검토하고,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