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600선, 코스닥 80선 동시에 무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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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지수 600선과 코스닥 80선이 동시에 무너졌다.

20일 종합지수는 2.17% 떨어진 595.72으로 마감돼 지난 5일 이후 보름여만에 600선을 이탈했다. 코스닥지수도 2.59% 떨어진 78.83으로 각각 끝나 지난 7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양 시장의 심리적 지지선이 함께 붕괴된 것은 미국 증시와 반도체값 등 나라 밖 변수들이 나빠지고, 국내 증시의 수급을 좌우하는 외국인들마저 지속적으로 블루칩을 내다팔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외부 악재들이 호전될 기미가 없어 국내 증시도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구조조정 진전과 연기금의 주식 매수 등 국내 여건이 뒷받침해줄 경우 6개월 평균지수가 걸려있는 570~580선에서 하락세가 진정되겠지만, 최악의 경우 550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 나빠지는 해외 변수=미국 증시는 지난달 하순을 고비로 뚜렷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나스닥은 지난달 22일 연중 최고치(2, 313.85)에 올라선 뒤 한달새 300포인트 이상 하락해 2천선 아래로 내려섰다.

다우지수도 같은 기간 중 11, 300선에서 10, 596.67까지 하락했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19일 지지선인 600선을 하향 돌파했다.

20일 국제 반도체 현물시장에서는 64M SD램의 가격이 한때 1달러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4월 이후 잠잠하던 엔화가치 하락도 다시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교보증권 임노중 책임연구원은 "일본경제 부진에 실망한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로 엔화가치가 한달안에 달러당 1백25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며 "환율도 1천3백50원선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외국인의 주식 매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변수의 악화는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로 직결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20일 1천2백73억원, 19일 1천7백21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올 들어 처음으로 이달들어3천6백억원의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 국내 호재의 맷집도 한계=국내 여건은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지만 해외 요인과 맞서기에는 힘겨운 모습이다.

주식을 80%까지 편입할 수 있는 주식혼합형 펀드가 지난해 이후 감소세를 마감하고 이달 들어 처음으로 1천2백억여원의 자금이 유입되는 등 간접투자 상품에 자금 유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연.기금도 월말부터 6천억원을 투입해 본격적인 주식 매수에 나선다.

또 하이닉스 반도체의 성공적인 DR 발행에 이어 AIG와 정부의 현대투신 인수협상이 가속화 돼 구조조정 관련 재료도 지수 급락을 막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국내적으로 뚜렷한 악재가 없지만 나올만한 호재도 대부분 노출돼 미국 증시에 대한 면역이 떨어지고 있다" 며 "블루칩을 대체했던 가치주들도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라와있어 장을 떠받치기엔 역부족" 이라고 말했다.

◇ 나스닥과의 연동성 강화될 듯=당분간 국내 증시는 나스닥 등 미국 증시의 눈치를 보며 580~610선의 박스권을 오갈 전망이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경기회복 신호가 지연되고 있어 600선 이상은 가격 부담이 느껴지지만 국내 여건을 감안하면 580선 이하로 내려가기도 어렵다" 며 "수급 열쇠를 쥔 외국인들의 동향이 지수를 좌지우지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시장의 우려만큼 외국인들의 매도 규모가 커질 가능성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닷컴증권 안동원이사는 "실적주를 포함해 우량 종목을 많이 편입해 둔 일부 외국인들이 이익실현 물량을 내놓고 있다" 면서 "한국시장의 장기 전망이 밝아 포트폴리오를 바꾸면서까지 지속적으로 매도하지는 않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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