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CEO진퇴에 따라 '주가 움직임' 현상

중앙일보

입력

국내에도 CEO의 진퇴에 따라 주가가 출렁이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지난해 8월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금융감독위원장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돌연 60만여주를 순매도했다.

''김행장 없는 은행'' 을 걱정하는 이들을 무마하기 위해 金행장은 "나는 절대 관료로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 고 해명해야만 했다.

정문술 미래산업 창업자가 지난 1월 4일 은퇴하자 UBS워버그는 "창업자의 퇴진과 새 CEO의 내부 선임은 진취적인 기업문화를 강화할 것" 이라고 분석했다.

정회장의 퇴임 당일 미래산업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7천원대에 머물던 한미은행 주가가 하영구 행장이 취임한 지난달 17일을 전후해 8천원대로 올랐다.

지난 1월 한국통신 이상철 사장이 취임하자 CSFB증권은 "전문 지식이나 경영능력 등 훌륭한 이해력을 갖춰 인상적이었다" 고 평가했다.

코스닥 등록 기업의 CEO들은 주가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지난해 전반적으로 주식시장이 맥을 못추는 상황에서도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주가 하락폭이 다른 인터넷 기업보다 적었던 점에 대해 "한우물을 파는 이재웅 사장 때문" 이라고 분석한다.

이네트의 주가도 2만~3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분야에 집중하는 박규헌 사장의 신념이 주가를 지탱하는 힘이다.

거꾸로 CEO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 경우도 있다.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은 1999년 ''바이코리아 신화'' 속에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그가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현대증권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럼 국내 CEO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지난달 21세기 전문경영인포럼 주최 세미나에서 밝혀진 국내 CEO의 평균 연봉은 19만달러.

미국.일본.홍콩의 34.5~13.5%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액 5억달러 이상의 국내 60개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회사 타워스 페린이 조사한 결과다.

일부 잘 나가는 회사나 외국계 금융사는 이야기가 다르다. 삼성전자의 경우 대부분 부문별 CEO인 등기이사 20명의 지난해 총 보수는 2백98억원.

월 3백여만원의 기본 보수를 받는 사외이사 6명을 제외하면 등기이사는 1인당 평균 20억원을 받은 셈이다.

제일은행은 윌프레드 호리에 은행장의 연봉에 대해 "언론에 3백만달러로 간간이 보도될 뿐 정확히 알지 못한다" 고 밝혔다.

한미은행 하행장은 씨티은행 시절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는데, 그는 씨티은행에서 1백만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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