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더 큰 냉장고’ 경쟁 법정 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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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유튜브에 올라온 삼성과 LG 대용량 냉장고의 비교 광고 장면. [인터넷 캡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더 큰 냉장고’ 개발 경쟁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게 됐다. LG전자는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냉장고 용량 비교 광고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광고가 LG의 명예와 신용 등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소송 대상 광고물은 삼성전자가 지난달 22일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자사 공식 혼수가전 블로그 ‘신부이야기’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게시한 것이다. 이 동영상에는 삼성전자 900L 냉장고와 LG 910L 제품을 눕힌 뒤 물을 붓거나 캔커피를 넣는 등의 방법으로 어느 쪽 용량이 더 큰지를 측정한 내용이 들어 있다. 삼성전자 측은 실험 결과 “우리 냉장고에 물 8.3L, 캔커피 기준으로는 67개가 더 들어갔다”는 자막을 넣었다.

 LG전자 측은 삼성전자의 실험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물은 실제 식품을 보관할 수 없는 틈새까지 흘러들어가므로 물이 많이 들어간다는 건 용량이 크다는 것과 직접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캔커피 역시 용량이 적어도 내부 모양에 따라 더 들어갈 수 있다는 게 LG의 설명이다. LG전자 HA사업본부 윤경석 냉장고 연구소장은 “KS 규격에 따른 정부 공식 측정 방식으로 제3의 공인기관을 통해 양 사의 냉장고를 공개 검증하자”고 삼성전자에 제안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용량 측정 표준방법은 선반 같은 내부 부속품을 제거한 상태에서 측정한 총 용적에서 냉장고 문을 닫을 때 쓸 수 없게 되는 공간을 빼고, 냉각기와 각종 온도조절장치 때문에 사용할 수 없는 공간까지 제외한 ‘실제 사용 가능한 공간’을 계산하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LG전자 관계자는 “잘못된 측정법으로 경쟁사를 폄훼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광고에서 이미 삼성 제품은 900L, LG 제품은 910L라고 표준 방식으로 측정된 수치를 공개했다”며 “표준방식에 따라 더 큰 용량이라고 발표한 LG 냉장고에 물이든, 캔이든 삼성 제품만큼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비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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