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원 드는 ‘스마트 캠퍼스’ … NFC로 공짜 구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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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동대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출석 체크를 하는 모습. 책상에 NFC 스티커가 붙어 있어 스마트폰을 대면 자동으로 출석 체크가 이뤄진다. [사진 KT]

“20억원은 들 텐데 그게 되겠어요? 2009년부터 등록금을 동결해 온 데다 내년엔 5% 깎아야 할 상황인데….”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하면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습니다. 예산이 줄면 외부 투자를 받기도 수월하고요. 2010년 중앙일보 대학평가 때 편의시설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신 거 기억하시죠. 이 사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지난해 11월 열린 경북 포항의 한동대 교무회의. 조윤석(47) 학술정보처장이 ‘스마트 캠퍼스 구축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하자 참석자들이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조 처장은 밀어붙였다. “정부와 기업이 확대를 꾀하는 분야인 만큼 기획만 잘 하면 못할 것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난 21일 한동대 도서관, 17만여 권의 장서를 보유한 이곳엔 대출 창구가 없었다. 대신 서고 책장 사이에서 학생들이 책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책에 붙어 있는 NFC 스티커의 정보를 스마트폰 내 한동대 애플리케이션(앱)이 읽어내 바로 대출하는 것이다.

 강의실에선 출석 부르는 장면이 사라졌다. 강의실 책상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된다. 스마트폰 앱에 학생의 학번과 강의 시간표가 들어 있어 책상에 붙은 NFC 스티커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출석 체크를 하는 것이다. 신용카드를 결합해 식당에서 음식값 결제도 가능하게 했다.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들어간 돈은 7억8000만원. 예산을 이렇게 줄일 수 있었던 건 스마트폰 덕분이다. 기존 스마트 캠퍼스는 대형 단말기를 설치해 여기에 칩이 들어간 학생증을 접촉하는 방식이다. 대당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단말기를 건물마다, 강의실마다 설치해야 해 투자·유지비가 많이 든다. 하지만 NFC를 활용하면 이런 장비가 필요 없다. 학생들이 갖고 있는 스마트폰에 앱만 깔면 단말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앱을 구축하고 앱과 반응한 NFC 칩을 책이나 책상에 붙이면 끝이다. NFC 스티커의 원가는 500원 수준인 데다 반영구적이라 유지비도 거의 들지 않는다.

 7억8000만원 사업비 역시 한동대 스스로는 한 푼도 들이지 않았다. 우선 공동사업자인 KT가 4억여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동대를 시범 사례로 삼아 자신들의 기술력을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나머지는 지식경제부 지원 사업 공모에 참여해 마련했다. 지난해 서울 명동 일부 지역에 NFC 구역이 시범 설치된 적이 있을 뿐 NFC를 전면 적용한 건 한동대가 처음이다. 모범 사례가 되면 정부가 추진하는 뜻에 맞춰 기업이나 공장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지경부 사업비를 따냈다.

 KT 김홍진(59) 글로벌기업부문 부사장은 “버스카드 시스템은 인구가 적어 시범 운용 모델을 만들기 좋은 강원도 춘천에서 시작됐다”며 “한동대에 적용된 NFC 모델도 종래에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으로 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처장은 “다른 대학이나 사업장과 관련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지경부와 특허를 출원 중”이라고 밝혔다.

◆ 근거리무선통신(NFC·Near Field Communication) 13.56㎒의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 약 10㎝ 거리에서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 방식. 기존 RFID(무선인식) 방식은 정보를 읽는 것만 가능한 반면, NFC 방식은 정보를 읽고 보내는 쌍방향 통신이 가능해 결제 같은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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