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대입 논술 지문 교과서에서 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지난해 대학 수준의 논술 지문을 출제해 논란이 됐던 건국대가 22일 치른 올해 대입 논술시험의 지문 대부분을 고교 교과서에서 출제했다. 지나치게 어려운 논술시험으로 수험생들이 학원으로 내몰리는 등 공교육이 파행되고 있다는 본지 지적(8월 20일자 1·4·5면, 21일자 1·8면)에 따라 건국대가 수험생들이 접해 본 지문을 낸 것이다. 건국대 김종갑(영문과 교수) 논술출제위원장은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했다”며 “7명의 고교 교사들이 출제 과정에 참여해 고교 교육과정에서 문제가 나오도록 했다”고 말했다.

 9000여 명이 응시한 이날 논술시험에는 ‘정체성’을 주제로 4개의 지문이 제시됐다. 이 가운데 황석영의 ‘아우를 위하여’ 등 3개 지문이 고교 문학·도덕·국어 교과서에서 출제됐다. 나머지 1개는 정체성과 관련한 설문조사 내용으로 고교생 수준에서 무리 없이 독해가 가능했다. 지난해 프랑스 사회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의 글을 인용, 대학 전공 수준의 지문을 출제했던 것과 비교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오성근 입학전형지원실장은 “논술을 치르는 27개 대학 대부분이 고교 수준에서 지문을 출제키로 지난 8월 합의했다”며 “건국대처럼 교과서 지문을 활용한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