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옷·화장품은 전북 서양음식점은 강원 돈 버는 곳 따로 있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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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혹시 당신은 ‘왜 내 가게는 장사가 안 되나’를 고민하는 자영업자인가. 아니면 ‘무슨 장사를 해야 돈을 벌 수 있을까’ 궁리 중인 예비 창업자인가. 그렇다면 먼저 지역과 업종에 주목하라. 업종별로 장사가 잘되는 지역은 따로 있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기준 경제총조사 결과로 본 지역별 사업체 현황 및 특성’이 이를 알려준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그 상세 내용을 들여다봤다.

 음식점을 새로 내려고 생각하는 예비 창업자라면 지방의 군 지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한식당은 전북, 중식당은 전남, 일식당은 충북이 바로 그곳이다. 2010년 경제총조사 결과,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16개 시·도 지역 중 가장 높게 나타난 지역이다. 음식점 장사가 가장 잘되는 곳인 셈이다.

 그렇다면 음식점을 낼 때 가장 피해야 할 곳은 어디일까. 한·중·일식당 모두 서울이었다. 서울은 전국 한식당의 16.7%, 중식당의 17.6%, 일식당의 35.1%가 모여 있는 곳이다. 그만큼 음식점 간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특히 서울 지역 일식당 영업이익률(13.5%)은 충북(27.5%)과 전북(26.5%)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중식당 역시 서울의 영업이익률(17.6%)이 전남(33%)의 절반 정도 됐다. 빵집도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전남(22.3%)과 경북(21.8%)은 20%대 높은 이익률을 기록했지만 서울(12.3%)과 부산(13.5%), 울산(14.8%) 등 대도시는 낮았다.

 서울보다는 지방의 수익성이 앞서는 건 음식점뿐 아니라 도·소매업종도 마찬가지다.

 박수윤 통계청 경제총조사과장은 “전체 도·소매업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7.0%였다”며 “16개 시·도 지역 중 평균을 밑돈 건 서울(5.7%)이 유일했다”고 말했다.

 옷가게(셔츠와 기타 의복 소매업, 27.6%)와 화장품 판매점(24.7%), 가구점(21.8%) 장사가 전국에서 가장 잘되는 곳은 전북 지역이었다. 편의점(18.3%)과 생선가게(31.5%), 커튼집(가정용 직물제품, 33.3%)의 수익률은 전남이 전국 최고였다. 대구의 경우 쌀집(20.1%)과 정육점(21.5%)의 영업이익률이 유독 높게 나타났다. 과일가게는 부산(31.6%), 수퍼마켓(8.0%)과 신차 판매(8.2%)는 울산, 중고차 판매는 경남(17.3%) 지역에서 수익성이 가장 좋았다. 제주도는 문구점(30.4%) 장사가 가장 잘됐다.

 잘되는 곳을 찾는 것도 필요하지만 안 되는 곳을 피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대전은 중고차 판매(1.2%)와 정육점(10.2%), 가전제품 판매점(2.7%) 장사가 가장 안 되는 지역이다. 충남은 쌀집(곡물소매업)의 지난해 영업이익률(-0.6%)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기도는 생선가게(18.6%)와 과일가게(19.3%) 장사가 신통찮았다. 휴대전화 판매점은 부산(3.8%), 안경점은 인천(19.7%)의 영업이익률이 가장 낮았다.

 서울은 최하위를 기록한 업종이 한둘이 아니다. 옷가게(14.4%), 편의점(9.3%), 화장품 판매점(10.1%), 가구점(10.8%), 커튼집(16.7%), 신차 판매(4.3%), 문구점(15.4%)에서 모두 영업이익률 꼴찌를 기록했다.

 왜 서울에선 이익을 내기가 어려운 걸까.

 우선 지역에 따라 같은 업종이라도 영업이익률 차이가 큰 건 투자비용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임대료나 인건비 등 비용 차이가 수익성에 영향을 준다. 한국에만 있는 ‘권리금’이란 제도도 지역 간 차이를 벌리는 데 한몫한다. 보통 같은 크기의 점포라 해도 수도권 지역의 권리금은 지방의 4배 이상 된다.

 서울과 수도권에 지나치게 많은 창업이 몰리는 것도 이 지역 수익성을 떨어뜨린다. 사업자 등록을 한 자영업자 중 51%가 수도권에 몰려 있을 정도다.

 이상헌 소상공인컨설팅협회 회장은 “수도권은 인구도 많지만 거의 모든 업종이 과밀 상태여서 단위당 구매력이 떨어진다”며 “권리금 차이까지 고려하면 대체로 지방의 수익성이 더 낫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창업은 갈수록 늘고 있다. 서울·경기 지역에 창업을 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창업자가 입지를 정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조건은 ‘집에서 1시간 이내 거리일 것’이란 점이다. 창업을 하더라도 집 근처에 하려다 보니 이미 포화상태인 서울 지역에 계속 점포가 늘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서라면 객관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한 ‘원정 창업’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상헌 회장은 “부업으로 하는 거라면 모를까, 생계가 목적이라면 자신의 집 근처만 고집하기보다는 지역 이동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국 소매업 사업체의 평균 운영기간은 8년5개월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1년11개월로 가장 길고, 이어 경북(10년6개월), 충남(10년5개월), 강원(10년) 순이다. 그만큼 이 지역에 장수 업체가 많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경기(6년6개월)와 울산(7년1개월), 대전·인천(7년2개월)은 운영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

 전국 음식점 중 14.6%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18.7%)와 대전(18.6%), 인천(17.1%)의 프랜차이즈 가맹률이 높았다. 프랜차이즈 가맹 음식점은 평균 운영기간이 3년8개월로 일반 음식점(5년10개월)보다 짧았다. 그만큼 최근에 새로 생긴 가맹점이 많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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