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8m 붉은 기린 떼폭죽과 공중곡예 거리가 뒤집어질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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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호 32면

매년 30만 명 이상이 찾는 한국의 대표적인 거리예술축제, 올해로 4회를 맞는 ‘고양 호수예술축제’가 도시 전체를 극장 삼아 화려한 향연을 펼친다. 고양시만이 갖는 스토리텔링으로 호수공원을 비롯해 시내 곳곳의 열린 공간을 극장으로 꾸미는 ‘커뮤니티 시어터’가 컨셉트다. 3개의 해외 초청 단체와 9개의 국내 공식 초청 단체 등 총 96개 단체 1000여 명의 아티스트가 닷새 동안 190회의 거리공연을 벌인다. 전국에 2500개 넘는 축제가 난립하는 가운데 고양시는 차별화된 정체성 확립을 고민 중이다. “축제 본연의 의미로 돌아가 단순한 구경거리를 넘어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를 지향한다. 고양에서 세계의 축제 트렌드를 확인하는 한편, 우리만의 스토리텔링도 접목시켜 지자체 차원의 해외 수출을 도모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는 것이 고양문화재단 안태경 대표의 말이다.

2012 고양 호수예술축제, 10월 3~7일, 고양 호수공원 일대

프랑스 대표 거리극단 ‘컴퍼니 오프’ 첫선
이번 축제의 화두는 ‘거리’인 만큼 대형 퍼레이드 공연에 공을 들였다. 가장 눈에 띄는 공연은 25년 역사를 갖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거리극단 컴퍼니 오프의 ‘기린들, 동물들의 오페라’(10월 5, 7일 오후 7시30분)다. 컴퍼니 오프는 2009년과 2010년에도 내한할 예정이었으나 각각 신종 플루와 천안함 사태로 무산되는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한국 초연이 성사됐다.

컴퍼니 오프는 독일 템포르도메 서커스단에서 활동했던 필리프 프레슬롱이 1986년 창단한 이래 서커스와 오페라가 결합된 장엄한 거리예술 형태를 추구해 왔다. ‘기린들’은 컴퍼니 오프의 대표작으로 세계 어디서든 프랑스 관련 행사에 섭외 1순위로 꼽히는 ‘프랑스 문화 대사’다. 2000년 초연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 유수 축제에서 150회 이상 공연된 가장 대중적인 작품. 키가 8m나 되는 아홉 마리의 거대한 붉은 기린과 지휘자인 광대, 그 아내인 여가수 등 50여 명의 배우가 연출하는 스펙터클로 일상의 거리를 발칵 뒤집어 놓는다. 광대와 여가수의 미친 듯한 사랑 이야기라는 극적 구조 속에 기린 무리가 우아하게 행인들 사이를 누빌 때 불꽃, 폭죽, 불붙은 링 등 다양한 특수효과와 공중곡예가 화려함과 강렬함을 더한다. 거대한 서커스장 한복판에 온 듯한 착각 속에 드럼 악대가 연주하는 왈츠와 서커스 음악, 오페라 아리아가 충돌하며 불꽃 튀는 현장을 구현할 때 거리예술의 진수를 맛보게 된다. 25명의 한국 배우도 동참한다.

컴퍼니 오프가 선보이는 또 하나의 작품 ‘레그로’(10월 3일 오후 5시, 6일 오후 2시30분)는 스모 선수와 호박을 합체한 듯한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들이 볼 만하다. 선명한 오렌지빛으로 몸을 감싼 이들은 유쾌함과 명랑함의 상징. 비언어적인 표현만으로 소통하는 것이 특징이다. 농담 같은 캐릭터들이 거리를 어슬렁거리고 버스를 타기도 하면서 시민들을 불시에 놀래며 일상 탈출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고양의 많은 학생이 자원해서 작품에 참여한다.

빌딩 외벽에 펼치는 영상과 공중 퍼포먼스
수준 높은 공연이 무료로 진행되는 거리축제는 보다 많은 시민에게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주는 공공성과 예술의 무상성의 측면에서 시사점을 던진다. 프레슬롱은 “프랑스는 거리에서 공공장소를 점유하고 공연하는 민중예술 형태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도시라는 공공장소에서 외부 환경을 무대로 특별한 분위기를 조성해 많은 시민을 대상으로 예술작품을 준비한다는 것은 예술가에게도 특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한편 10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된 9개의 국내 공식 참가작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충만하다. 국내 거리예술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극단 몸꼴은 대표작 ‘오르페’(10월 5~6일 오후 8시)를 새 버전으로 부활시켰다. 신화 속의 장엄한 이야기를 물, 불, 폭죽, 사다리 구조의 무대세트로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거대한 스케일로 펼쳐낸다.

국내 공중 퍼포먼스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프로젝트 날다’(10월 3~4일 오후 7시)는 공중 퍼포먼스와 영상을 접목한 새로운 형식으로 기계로 찍어낸 듯 복사돼 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도심의 상징인 빌딩 외벽을 캔버스 삼아 스펙터클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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