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퓨전 공연팀 ‘휘날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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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불당동에 있는 스포츠 댄스 학원 강습실에서 휘날레 팀이 연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근령 단원, 황혁진 단장, 김혜경 단원, 이광명 단원. [조영회 기자]

#1. 16세 한아름양의 꿈은 스포츠 댄스 선수다. 한양은 지난달 천안에서 열린 반딧불 축제에 초청된 휘날레 팀의 공연을 본 뒤 진로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감미로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각종 악기를 연주하며 마술까지 하는 모습은 한양의 마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한양은 “원래 가수가 되고 싶었다. 가수만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춤과 마술로도 충분히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 휘날레 팀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양은 현재 댄스스포츠 학원에 다니며 자신의 꿈을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  

#2. 러시아 출신 한국인 나타시아(29·여)는 지난해 아산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열린 ‘다문화 축제’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휘날레 팀의 공연을 보고 큰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부터 아산에서 거주해 온 나타시아는 우연한 기회에 두 딸과 이 축제를 관람하게 됐다고 한다. 나타시아는 “휘날레 팀이 모자에서 각국의 국기를 꺼낸 뒤 마지막으로 대형 태극기를 펼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남들과 조금 다른 피부색으로 고민하던 두 딸들에게 정체성을 심어준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15일 오전 10시 천안 불당동에 있는 스포츠 댄스학원 강습실. 명쾌한 음악소리에 맞춰 마술사가 갖가지 마술을 선보인다. 멀쩡하던 부채가 마술사의 손동작 하나로 불이 붙고 텅 빈 철창에 검은 천막을 덮었다 걷어내니 미녀가 ‘짠’하고 나타났다. 드럼통을 치며 박자를 맞추던 두 남녀는 절제된 동작으로 스포츠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세 종류의 공연을 국내 최초로 한 무대에서 동시에 선보이는 이들은 지난해 결성된 천안 ‘휘날레’ 공연팀이다. 이 팀의 맴버들은 자신의 장기를 살려 마술·타악·스포츠 댄스를 절묘하게 결합했다. 공연 규모에 맞춰 구성이 조금씩 바뀌긴 하지만 ‘퓨전공연’이라는 큰 틀은 변함이 없다.

관객들 호응이 무대에 서는 이유

단장을 맞고 있는 황혁진 매직J 대표는 “무대 기획에서부터 구성까지 팀원들과 함께 만들어낸 아이디어”라며 “세가지 종목이 어수선하게 섞여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공연을 직접 보면 서로의 장점을 살려준다는 것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인연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평소 ‘마술을 접목해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하며 고민하던 황 단장은 지역 공연을 돌며 현재 스포츠 댄스 안무를 맡고 있는 박근령(27·여) 단원을 만났다. 황 단장은 “마술 공연 하나만으로는 공연 퀄리티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스포츠 댄서들과 함께라면 뭔가 괜찮은 무대를 기획할 수 있을거라 판단했다”고 회상했다. 스포츠 댄스 18년 경력의 박 단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포츠 댄스라는 종목이 무대 위에서 더욱 빛을 낼 수 방법은 다른 종목과의 ‘퓨전’이라고 늘 생각해 왔다. 박 단원은 “스포츠 댄스 이외에도 공연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며 “원래 무대 위에서 스포츠 댄스와 함께 난타를 보여주기 위해 꾸준히 연습 중이었다”고 말했다. 서로 만나면 눈인사를 하며 교감을 나누던 그들은 지난해 10월 본격적으로 팀을 결성했다. 황 단장과 미녀 마술사 김혜경 단원, 박 단원과 그의 댄스 파트너 이광명 단원을 비롯해 10여 명이 프로젝트 팀이 된 것이다. 공연의 마지막까지 화려하고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이겠다는 의미로 팀 이름을 휘날레로 지었다. 밖에서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화합을 다진 휘날레 팀은 기획 한 달여 만에 첫 무대에 올랐다. 그들의 낯선 공연에 어리둥절했던 관객들은 공연 중반부로 갈수록 그들의 퍼포먼스에 감탄했고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봉사로 실력 다져 세계무대 진출 꿈

그 후 지역의 크고 작은 공연 문의가 쇄도했다. 천안·아산·당진·서산 등을 돌며 한 달에 8회 이상 공연을 펼쳤다. 특히 올해 6월에는 충남 합덕 유명 인디밴드만 무대에 오를 수 있다던 락 페스티벌에 초청되기도 했다. 황 단장은 “쟁쟁한 가수들을 제치고 마지막 무대를 장식해 기분이 좋았다”며 “계속되는 앵콜 요청으로 준비해 간 공연을 다 보여주고 즉석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단원은 “공연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어느 분이 사인을 해달라 그러더라”며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야말로 나와 우리 팀이 무대에 오르는 이유”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들은 팀을 결성하기 전부터 천안·아산시 행사는 물론 공연문화를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웃들을 위해 무료 공연 봉사를 펼쳐왔다. 최근 바쁜 와중에도 틈을 내 애육원·양로원 등에서 꾸준히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황 단장은 “좋은 의미로 공연을 하면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진다”며 “우리의 공연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이들을 보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 단원 역시 “공연 봉사를 하면 뭔가 도움을 줬다는 기분이 들어 오히려 피곤이 사라진다”며 “앞으로 팀원들과 함께 남에게 주는 기쁨을 느끼며 꾸준한 봉사를 펼지고 싶다”고 거들었다. 휘날레 팀은 결성된 지 1년 밖에 안됐지만 벌써 30회 이상의 공연 봉사를 펼쳤다. 천안시와 아산시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역 행사에도 계속 초대받고 있다. 이런 이들에게 공통된 목표가 있다. 바로 자신들이 직접 만든 이 퓨전 공연이 해외에서 하나의 공연종목으로 인정받는 것. 이광명 단원은 “꾸준한 연습과 실전 감각을 길러 해외에서 유명한 공연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 단장과 박 단원 역시 “공연종목으로 인정받고 해외투어를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입을 모았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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