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압박 카드 쥔 후진타오·시진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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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후진타오(左), 장쩌민(右)

왕리쥔(王立軍) 재판을 통해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가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의 살해 사실을 은폐하려 했음이 드러남으로써 보의 사법처리 여부를 두고 중국 권부가 또 한 번 요동칠 전망이다.

 보시라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독직과 살인 은폐 등이다. 수뢰 등 부패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많다. 중국 최고권력인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 내에 적대적 인사가 많은 점은 보에게 불리하다. 보시라이와 같은 친장쩌민(江澤民·전 국가주석) 그룹 중에서도 차기 권력 승계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대표적 경쟁관계이고, 보의 조사를 담당한 허궈창(賀國强) 기율검사위 서기는 자신이 충칭시 서기 시절 키운 친위세력을 보가 숙청한 이후 정적이 됐다. 저우융캉(周永康) 정법위 서기는 보와 친밀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안위마저 보장받기 힘든 처지다.

 그럼에도 여전히 보의 사법처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한 외부 매체들의 시각이다. 대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시 부주석 등이 보시라이 처벌카드를 활용, 10월 예정된 18기 당 지도부 구성에서 장쩌민파에 보다 많은 지분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런 조짐은 왕리쥔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에서 보시라이를 적시하지 않고 ‘충칭 당위원회 주요 책임자’로 표기한 것에서도 읽힌다. 베이징의 한 중국 변호사는 “공소장에서 피의자 이름을 적시하지 않은 것은 사법처리 여부가 불투명할 때 쓰는 수법”이라며 “이는 기소와 불기소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 놓은 절묘한 타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시라이는 장쩌민의 후견 아래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가 13억 달러를 부정 축재했다는 주장(리청 브루킹스연구소 주임)이 나오는 상황에서 그의 사법처리는 친장쩌민 세력 전체의 부패 의혹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치세력 간 협상을 통해 재판 회부보다는 천안문 사태 때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당 총서기처럼 가택연금될 것이란 전망도 적잖다.

 현재 보시라이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인대 대표는 한국 국회의원처럼 불체포특권을 가진다. 당적 박탈 소식도 아직은 없다.

보에 대한 처분은 18대 당대회 직전 열릴 7기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보시라이는 베이징에서 가택연금된 채 조사를 받다가 심장발작을 일으켜 현재 인민해방군 301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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