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5000만원, 담배상자에 넉넉히 들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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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업가 진모씨가 홍사덕 전 의원에게 5000만원을 담아 보냈다는 중국산 중화(中華) 담배박스. 돈을 홍의원 측에 전달한 고모씨는 선관위와 검찰에 일반 담배상자가 아닌 선물용 특별 박스에 담아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국국제방송 인터넷 사이트 캡처]

홍사덕(69) 전 새누리당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20일 홍 전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 돈을 준 사람으로 지목된 진모(57) H사 회장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또 홍 전 의원의 측근 신모(여)씨를 이날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신씨는 이 사건 제보자인 진 회장의 전 운전기사 고모(52)씨가 지난 3월 5000만원을 건넬 때 직접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신씨는 홍 전 의원이 24년 전 설립한 탈북지원·통일운동단체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검찰은 이에 앞서 19일 고씨를 소환해 지난해 추석 때부터 올 3월까지 총 6000만원이 홍 전 의원 측에 건네진 구체적인 정황에 대해 물었다. 특히 검찰은 고씨에게서 “올 3월 진 회장이 홍 전 의원 측에 5000만원을 전달한 정황을 홍 전 의원과 친분이 있는 이모(49)씨도 알고 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이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에서 “진 회장이 홍 전 의원을 만나러 가는 차 안에서 이씨에게 돈이 든 담배상자를 보여주며 ‘5000만원’이라고 한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했고 상자에 5만원권 다발이 담긴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진을 제출했다. 하지만 홍 전 의원과 진 회장은 최근 언론에 “지인이 확인해 본 결과 담배상자에 현금 5만원짜리로 1000장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담배상자가 현영희(61·무소속) 의원이 연루된 새누리당 돈 공천 의혹 사건의 ‘3억원 쇼핑백’처럼 사건의 중요한 단서로 등장한 것이다.

  검찰은 선관위로부터 고씨가 찍은 담배상자 및 그 상자에 돈이 담긴 모습을 찍은 사진을 확보했다. 상자는 평면이 A4용지보다 크며 최고급 중국 담배 선물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에서는 이미 이 상자에 5만원권 1000장이 넉넉하게 들어간다는 사실을 검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진 회장은 고씨로부터 "고발하면 5억원을 받을수 있다” "누가 후회하는지 두고보자”는 등의 내용이 담긴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문병주·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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