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18 기념식 총출동] 내내 담담했던 박근혜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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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문희상 의장과 박근혜 대표(왼쪽부터) 등 여야 인사들과 함께 18일 광주시 국립 5·18 묘역에서 열린 제2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광주=연합]

여야는 올해도 광주로 총출동했다. 열린우리당에선 문희상 의장 등 50여 명의 의원이, 한나라당에선 박근혜 대표 등 10여 명이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민노당 김혜경 대표와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 자민련 김학원 대표도 행사장을 찾았다.

기념식은 별다른 불상사 없이 치러졌다. 2003년에는 한총련 학생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외교를 '굴욕'이라고 항의하며 입장을 저지해 소란이 일었다. 지난해는 몇몇 대학생이 '박근혜 대표의 망월동 참배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뿌리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참석한 박근혜 대표는 행사 내내 집중 조명을 받았다. 박 대표가 짙은 회색 투피스 차림으로 행사장에 나타나자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소동이 벌어졌다. 그는 "이 같은 아픔의 역사가 또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기자가 '5.18 진상규명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이 뭐냐'고 묻자 말문을 닫았다.

박 대표는 기념식 내내 담담한 표정이었다. 행사 관계자가 경과 보고문을 낭독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하고 종신집권을 획책한 유신독재 체제가 10.26 사건으로 붕괴되면서…"라고 말했지만, 그는 잠시 눈썹을 움직였을 뿐 별다른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행사 직후 박 대표가 분향대에 오르자 열린우리당 유시민 상임중앙위원이 "좋은 모습"이라며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운동권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노 대통령과 문 의장은 악보 없이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박 대표는 고개를 숙여 악보만 내려다 볼 뿐 노래는 부르지 않았다. 기념식을 마치고 묘역 내 유영봉안소를 찾은 여야 정치인들은 최근 이곳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이 '파안대소'한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던 것을 의식한 듯 하나같이 매우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광주=강주안.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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