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개 다음엔 춘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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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원 광한루에 있는 춘향 영정. 김은호 화백이 1960년에 그린 작품이다.

김은호 화백(1892~1979)의 그림이 곳곳에서 수난을 당하고 있다. 그가 그린 춘향.논개 등의 영정을 최근 시민단체들이 친일화가의 작품이라며 뗄 것을 잇따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 남원지역의 경실련.YWCA 등 10개 시민.종교단체는 18일 "친일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 광한루 내 춘향사당에 있는 춘향 영정(사진)을 즉각 철거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 단체는 "춘향은 정절의 표상"이라며 "그런 춘향의 영정을 대표적 친일작가인 김 화백의 그림으로 모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춘향사당에 걸린 영정은 세로 160㎝, 가로 80㎝의 실물 크기로 김 화백이 1962년에 그렸으며, 원본은 남원시 어현동 관광단지 내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이에 대해 남원시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대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철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10일에는 경남 진주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성지동 논개사당에 들어가 김 화백이 그린 논개 영정(가로 80㎝, 세로 140㎝)을 뜯어냈다.

◆김은호 화백=호는 이당(以堂). 친일세도가인 송병준의 초상화를 그린 것을 계기로 순종 초상을 그리는 어용화사(御用畵師)로 발탁됐다. 3.1운동 때는 독립신문을 배포하다 체포돼 옥고를 치르는 등 민족주의 화단서 활동했으나 1930~40년대에는 일본 총독과 총독부 관리들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남원=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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