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용돈 맡아둘게~” 재테크 교육 빵점 엄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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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회사원 박유성(42)씨는 2010년 초부터 딸(9) 이름으로 적금을 붓기 시작했다. 설 연휴 때 아이가 세뱃돈 10만원을 받으면서다. 박씨는 “아이가 평소에 피아노를 갖고 싶다고 졸랐는데 세뱃돈을 모아서 사볼까 생각했던 게 계기였다”고 말했다. 아이는 남는 용돈과 박씨가 보태주는 돈을 모아 한 달에 5만원씩 저축했다. 연 4.8% 고정금리를 주는 딸의 적금은 내년 2월 만기를 앞두고 있다. 박씨는 “괜찮은 중고 피아노 한 대를 살 정도의 돈이 모일 것 같다”며 “딸도 용돈을 불리는 보람을 느껴 뿌듯해한다”고 말했다.

 추석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에겐 적잖은 용돈이 생기는 기회다. 이번 추석을 우리 아이 재테크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세 살 돈 버릇도 여든까지 간다’는 유행어처럼 어려서부터 돈을 어떻게 잘 모으고 관리할 수 있는지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계획적으로 저축하고 소비하는 습관이 들면 추석 때 받은 용돈이 종잣돈이 될 수 있다.

 청소년경제교육기관 ‘아이빛연구소’의 황선하 대표는 “은행에 가는 습관부터 가르치는 게 좋다”며 “성장해서 재테크에 친숙감을 가지려면 돈을 집에 두기보다 은행 등 금융회사에 맡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쉬운 방법은 아이와 함께 은행을 찾아 아이 이름으로 예·적금에 가입하는 것이다. 돼지저금통에 돈을 넣는 것과 달리 예금은 적은 돈이라도 이자가 붙기 때문에 자녀에게 금리 개념을 가르칠 수 있다. 이때 자녀에게는 저축을 해야 하는 동기가 부여돼야 한다. 에듀머니 김미선 본부장은 “아이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고, 부모가 원하는 대로 학자금·결혼자금 용도로 통장을 만들면 아이의 흥미를 떨어뜨리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KB주니어Star통장’은 평균 잔액이 50만원 이하면 연 4.0% 금리를 제공한다. 만 18세 미만만 가입할 수 있지만 거래계좌 수는 91만여 개에 이른다. 목돈을 모으려면 우리은행의 ‘우리토마스 적금’이 조금 더 낫다. 만기는 1년이지만 재예치될 때마다 그 금액에 복리가 붙는다.

 모으는 것뿐 아니라 올바른 소비습관을 익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초등학생이라면 체크카드보다는 현금을 쓰게 하는 것이 낫다. 황 대표는 “빚의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에게 일찍 카드를 쥐여주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이는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돈이 펑펑 나오는 ‘마법카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신용카드의 개념을 이해하는 중학생 이상이라면 되레 체크카드를 주는 게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정부기관과 은행권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경제교실이나 캠프 개최가 늘고 있다. 주거래 은행의 홈페이지나 한국경제교육협회에서 운영하는 경제교육종합포털(www.econedu.or.kr)에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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