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넷심 봤더니 종편 영향력 있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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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달 1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엔써즈 사무실에서 김길연 대표가 동영상 ‘핑거프린팅’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콘텐트 제작자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시대는 갔다”며 “사용자들이 동영상에서 디테일과 감성을 찾아내 소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올여름 최대 이슈였던 ‘티아라 왕따설’을 사건 3주 전에 예감한 이들이 있다. 김길연(36) 대표가 이끄는 엔써즈의 동영상 검색서비스 ‘이미디오’ 운영팀이다. 올 7월 초부터 이미디오에는 티아라의 6개월~1년 전 방송 영상이 검색 상위에 자꾸 올라왔다. 멤버 사이에 시선을 외면하거나 손가락에 눈을 찔리거나, 우산을 망가뜨리는 것 같은 일상의 행동이 포착된 장면들이었다. 운영팀이 고개를 갸웃한 지 3주 후, ‘티아라 왕따설’은 수면 위로 올라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이달 11일 서울 남대문로5가 엔써즈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묻힐 뻔했던 프로그램의 장면들을 사용자들이 직접 발굴하는 시대”라며 “동영상 검색 기술로 사용자 패턴을 파악하면 콘텐트 제작자와 소비자 간의 쌍방 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미디오는 인터넷 뉴스나 게시판에 올라온 방송 스크린샷을 클릭하면 이 장면이 나오는 영상을 찾아내 앞뒤 3분간 동영상을 무료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클릭 수를 분석하면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올라오는 ‘밑바닥 넷심’을 읽을 수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안방에 앉아 TV 보는 이를 대상으로 하는 현재의 시청률 조사는 PCㆍ모바일에서의 콘텐트 소비가 늘어나는 실상과 맞지 않는다”며 “앞으로 이미디오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순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미디오에서는 종편이나 케이블TV, 지상파의 비인기 프로그램 장면이 검색 상위에 자주 올라온다. 지난달 태풍 볼라벤 북상 때에는 강풍 속에 목에 밧줄을 동여매고 방송한 JTBC 뉴스 곽재민 기자의 기상특보가 주목받았다. ‘전국노래자랑 말’은 이미디오가 발굴한 명장면이다. KBS ‘전국노래자랑’에서 해변가에서 말을 타고 등장하던 한 출연자가 말과 함께 바다로 넘어지는 모습이 방송되자 이 순간의 스크린샷이 인터넷과 SNS로 퍼졌고, 이미디오에서 16만 명이 영상을 봤다.

이미디오에 나타난 또 하나의 콘텐트 소비 특성은 ‘감성코드’다. 지난 런던올림픽 경기 하이라이트 장면은 이미디오 조회수 1~5위 중 하나도 없었다. 대신 눈이 퉁퉁 부은 김현우(레슬링) 선수의 “한쪽 눈으로 해도 이긴다”는 금메달 수상 인터뷰, 한국-스위스 축구에서 모르가넬라의 반칙에 기성용 선수가 째려보는 영상 같은 인간적 모습들이 상위에 올랐다. 축구 한·일전 구자철 선수의 ‘만세삼창’ 골 세리머니는 골 넣는 장면보다 조회수가 3배 많았다.

KAIST 컴퓨터공학 석사인 김 대표는 동영상 검색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2007년 엔써즈를 창업했다. 소프트뱅크와 KT가 투자와 인큐베이팅을 했고 지난해 KT가 인수해 벤처기업 육성과 합병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회사의 핵심 기술은 지문 읽듯 이미지 특징을 읽는 ‘핑거프린팅’이다. ‘김남주-유준상 키스신’ 스크린샷에서 얼굴ㆍ의상ㆍ자세ㆍ배경을 인식해 영상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 어느 드라마의 몇 회분, 몇 분 몇 초 장면인지를 1~2초 만에 찾아낸다. 엔써즈는 지상파 방송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케이블TV와 계약을 맺어 동영상을 합법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시작한 이미디오는 현재 사용자 50만 명을 돌파했다.

김 대표는 “스마트TV에 이미디오를 기본 탑재하는 사업 제휴도 진행 중”이라며 “본격적인 쌍방향 마케팅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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