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 '아들의 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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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신뢰받는 정신과 의사이며, 자상한 어머니와 사춘기의 남매가 있는 평범하고 행복한 가족에게 예상치 못한 불행이 찾아온다. 어느날 급한 환자의 전화로 인해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달리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아들은 대신 친구들과 간 바다에서 사고로 죽게된다. 가족을 잃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남은 가족들마저 서로를 외면하게 되어 멀어지지만, 우연하게 찾아오는 죽은 아들의 추억으로 다시 따뜻한 가족의 의미를 찾게 되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렸다.

TV 드라마 소재일 수도 있는 이 영화가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 가정을 절망으로 이르게 하는 사건도 카메라의 앵글로 바라본다면 평범하게 (어쩌면 진부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범작"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 이 영화가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들을 앞세운 고통이 느껴지는 절제적인 화면과 그래도 남은이들은 살아야 한다는 보편적 진리를 어렵지 않게 보여준 영화적 단순미가 올해 칸의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은게 아닐까.

감독 나니 모레티는 이번 영화까지 'Aprile (1998)', 'Caro diario (1994)', 'Ecce Bombo (1978)' 등 4편을 칸에 소개했고, 모두 자기가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하고, 감독했다. 자전적 성격의 세미-다큐멘트리 형식인 'Aprile'과 'Caro Diario'에서처럼 이때까지는 직/간접적으로 정치와 관계를 유지했던 이력을 생각한다면 이번 '아들의 방'은 감독에겐 파격적 소재라고도 할 수 있으나 "이태리 선거에 아들 출산"을 대비했던 'Aprile' 이후, 가족관계로 그의 영화 주제가 옮겨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박스오피스 (5/23~5/29)

'돌아온 미이라(Le Retour de la momie)'가 여름 시즌 포문을 열었지만 703개 극장에서 개봉한 메가급 블럭버스트 치고는 개봉 첫주에 1백만도 동원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개봉 한달을 넘긴 '아멜리 뿔랭(Le Fabuleux Destin d'Amelie Poulain)'은 꾸준히 50만 이상을 동원해 누적 관객 4백만을 가뿐히 넘겼다.

그외,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들의 방(La Chambre du fils)'과 경쟁부분에 출품되었던 '로베르토 수코(Roberto Succo)', 비경쟁부분에 출품되었던 '강한 영혼(Les Ames fortes)' 등이 박스오피스에 올라왔다. '아들의 방'은 황금종려상 수상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던 지난주에 비해 2배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주목할만한 시선에 출품되었던 '애니버서리 파티(The Anniversary Party)'가 이번주 새로 개봉했지만 2만 정도로 크게 관객의 눈길을 끌지는 못했다.

올 상반기 4백만 이상을 동원한 영화로는 아직까지 상종가인 '아멜리 뿔랭'을 비롯해 '늑대의 계약' 5백만, '플래카드' 5백만, '내가 속인 진실!2' 8백만 등 프랑스 영화들의 독식이 유난했다. 헐리우드 영화로는 디즈니의 '다이너소어'만 지난해말에 개봉하여 해를 넘기면서 5백만을 넘긴게 고작이다. '늑대의 계약'은 7월중에 원작에 10분 정도가 추가된 감독판이 다시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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