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서방 덕에 … 럭셔리펀드 수익률 ‘이름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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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운용 규모가 100억원 이상 펀드 가운데 올 들어서 가장 성과가 좋은 국내 주식형 상품은 ‘미래에셋TIGER중국소비테마상장지수’ 펀드다. 7일 기준으로 수익률이 20%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3% 올랐다.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 펀드는 연초 이후 18%를 웃도는 수익을 냈다.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수익률 2위다. 이 펀드는 최근 1·2·3년 성과가 모두 상위 10위권 안에 든다.

 두 펀드의 공통점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국 소비 증가의 수혜에 기댔다는 점이다. 8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는 47.6을 기록, 6개월 연속 기준치인 50을 밑돌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 관광객은 늘고 있고 중국인의 럭셔리(명품) 상품 소비는 꺾일 줄 모른다.

 4~6월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월 20만 명을 넘어섰다. 7월에는 사상 최고인 32만 명을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입국자 수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카지노 운영업체인 파라다이스는 2분기 중국 고객이 전년보다 30% 넘게 늘었다. 주가는 8월 이후 10일까지 28% 넘게 올랐다.

  또 중국 관광객은 쇼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CNN머니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호주를 관광할 때 미국·유럽인은 평균 1000달러도 안 쓰지만 중국인은 3000달러 이상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TIGER중국소비테마ETF가 편입한 종목이 바로 중국 소비자의 지갑을 연 기업이다. 파라다이스·코스맥스·에이블씨엔씨·오리온·호텔신라·GKL 등 19개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중국인의 럭셔리 소비는 여전하다. 9일(현지시간) CNN머니는 HSBC의 보고서를 인용해, 2007년 전체 럭셔리 시장의 5%에 불과한 중국인 소비 비중이 최근엔 25%로 5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HSBC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럭셔리 시장은 기존 고객이 재구매를 하는 게 아니라 신규 고객을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럭셔리 업체는 상하이·베이징 등과 같은 1급 도시에 매장을 추가로 여는 것이 아니라, 지방 허브 역할을 하는 도시에서 매장을 처음 여는 형식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럭셔리 시장이 2차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펀드는 이런 기업에 투자한다. 리치몬드·LVMH·스와치·크리스찬디올·코치 등을 주로 편입하고 있다.

 다만, 소비재 펀드라고 모두 성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성과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삼성아시아소비관련한국주식’ 펀드는 6개월 수익률이 -10%다. 삼성전자·현대차·LG화학·SK하이닉스 등 광범위한 의미의 소비 관련주를 편입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소비재 펀드라는 이름이 붙었더라도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지 포트폴리오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해외펀드는 투자 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며 “특정 국가에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전 세계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좀 더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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