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 끝까지 듣기, 덕담 … 날마다 긍정 에너지 나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송파구청에 민원인을 대할 때는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이들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송파구청이 최근 다섯 달 동안 1400여 직원들의 추천을 받아 선정한 6명의 ‘웃음전도사’가 그 주인공들이다.

 심희경(47) 주무관은 399명의 추천을 받아 최다 득표의 영예를 안았다. 그도 처음부터 잘 웃는 사람은 아니었다. 심 주무관이 ‘웃는 얼굴’을 갖게 된 건 감사과에 근무하던 2008년부터다. “감사과는 ‘목에 힘주고 다닌다’는 오해를 받기 쉬운 곳이거든요. 그때부터 민원인들은 물론, 동료 직원들에게 먼저 인사하는 습관이 생겼죠.”

“웃는 만큼 행복해 집니다.” 송파구청 웃음전도사에 선정된 진달래·김은희·심희경·최성욱(왼쪽부터)씨.

 독서 취미도 그를 긍정의 아이콘으로 만드는 데 한 몫 했다. 평소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는 심 주무관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내용을 한 데 묶어 250페이지 분량의 책으로 만들었다. 요즘에는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머를 모아 만든 ‘웃음 한마당 모음집’을 구상 중이다. “제가 가진 긍정 에너지를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제가 더 행복해집니다.”

 진달래(29) 주무관은 짧은 경력으로 웃음전도사에 선정돼 관심을 모았다. 잠실6동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그는 구청이나 주민센터에 불만을 가진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불만을 잘 해결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상대방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홈쇼핑 콜센터 직원들에게서 힌트를 얻었다. 이후 진 주무관은 민원인들의 얘기를 무조건 끝까지 듣고, 상대방의 화가 어느 정도 풀린 뒤에야 주민센터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고 수긍하더군요. 웃으면서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면 저도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웃음전도사 중 유일한 남자 직원인 최성욱(50) 주무관은 직원들에게 e-메일로 간단한 업무 협조사항을 요구할 때도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하루를 보내세요’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업무에 지친 직원들이 자신의 e-메일을 읽을 때만큼이라도 미소를 짓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김은희(39) 주무관은 민원인들과 대화를 나눌 때 눈높이를 맞춘다. ‘동등한 입장에서 상대방을 생각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다. “제가 99번을 친절하게 대하다가도 한번 실수하면 송파구 소속 공무원들의 이미지도 손상되겠죠. 항상 가족을 대한다는 생각으로 민원인들을 만납니다.”

글=전민희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