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위기 속 나홀로 호황 … ‘EU 호랑이’로 뜨는 폴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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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폴란드 자유민주화의 성지인 그단스크가 경제 전초기지로 급성장하고 있다. 레흐 바웬사가 자유노조를 이끌었던 그단스크 레닌조선소는 문을 닫았지만 주변엔 대형 컨테이너 부두와 물류기지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그단스크 심해컨테이너터미널(DCT)에서 매르스크해운사의 EU방크호에 실린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한창이다. 급증하는 물류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2015년까지 제2 DCT가 건설될 계획이다. [그단스크=한경환 기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폴란드 북부 발트해 항구도시인 그단스크의 DCT(심해컨테이너터미널) 부두. 7월 말 한국 광양항을 출발해 이틀 전 종착지인 이곳에 도착한 매르스크해운사의 대형 컨테이너선 EU방크호의 화물을 하역하는 타워크레인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2007년 개장한 DCT는 연간 100만 TEU를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급속히 늘어나는 물동량을 감당하려면 시설 확장이 불가피하다. DCT의 브랜드 스페셜리스트인 필립 차예키는 “2015년까지 새 터미널을 만들어 연간 처리능력을 250만TEU로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DCT는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도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폴란드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다. 1989년 레흐 바웬사가 자유노조를 이끌고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자유민주화의 성지 그단스크가 21세기 들어 폴란드 산업과 경제의 전초기지로 탈바꿈했다.

 ‘EU 호랑이’로 떠오르고 있는 폴란드는 세계 경제가 불황에 허덕인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4.3%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 평균인 1.6%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올해도 독일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는 2.7%의 높은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덕분에 중·동유럽 최대 국가인 폴란드가 외국인 투자지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대폴란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142억 달러로 전년보다 47%나 늘었다. 스와보미르 마이만 투자청장은 “폴란드가 외국 투자가들의 눈에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정치·사회적 안정을 바탕으로 국내 소비가 꾸준히 늘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가 활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U에는 가입했지만 아직 유로존에는 들어가지 않아 두 가지의 장점을 다 취할 수 있는 ‘스위트 스폿’이란 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폴란드는 카토비체·포모르스키에·크라코프 테크놀로지파크 등 14개 경제특별구역을 중심으로 외국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마이만 청장은 “투자기업들에는 기업소득세와 부동산세 감면 등 각종 혜택을 준다”고 말했다. 투자청의 모니카 공시오로브스카 동폴란드 경제진흥국장은 “우크라이나 등 EU 주변국 진출에도 유리한 동폴란드 5개 도에 대한 중앙·지방 정부와 EU의 지원은 더욱 크다”고 소개했다.

 자동차·전자·항공·식품 분야뿐 아니라 아웃소싱·에너지·물류 산업의 투자 입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남부 크라코프와 그단스크 등은 아웃소싱 회사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크라코프시가 포함돼 있는 마와폴스카 주의 지역개발국 베아타 고르스카-니에츠 부국장은 “우수한 고급 인재들이 풍부하고 노동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아웃소싱 회사나 R&D센터가 많이 들어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폴란드는 세계 6위 아웃소싱국으로 부상했다. 최근 5년 동안 300여 개의 아웃소싱 회사가 폴란드에 진출했다.

 폴란드는 그단스크가 있는 포모르스키에 주에 원자력발전소를 2020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현재 최종 입지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폴란드는 또 새로운 에너지원인 셰일가스 강대국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추정 매장량은 1조5000억~5조3000억㎥로 폴란드인이 300년 사용 가능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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