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펀드 수익률 반년 새 20% 하락...월드컵·올림픽 효과로 만회하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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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호 20면

전문가 대부분이 올해는 브라질의 저성장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문제는 내년이다. 내년 경제성장률에 따라 브라질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달라질 것이다. 일단 현재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비관론이 우세하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7월 브라질 경제분석 보고서를 통해 ‘브라질 경제가 지금과 같은 성장 둔화세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향후 10년간 연 2%대 성장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은 1.9%로 내다봤다. 브라질 최대 은행인 방코이타우도 같은 수치를 제시했다. 브라질 경제는 2010년에 7.5%나 성장했지만 지난해 2.7%, 올 1분기 0.7%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됐다. 대개 땅덩이가 크고 인구가 많은 신흥 경제 대국을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라고 하는데 이들 5개국 중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흔들리는 ‘삼바 경제’ 앞으로는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영국의 국제경제 조사회사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는 최근 브라질 경제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브라질 성장률은 2%대에 그치겠지만 내년부터 올림픽이 열리는 2016년까지 연 4%대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브라질 경제에 큰 악재는 더 이상 없다. 경제지표가 내년부터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펀드·채권 투자 4조원 넘어
전문가들이 브라질 경제의 핵심 변수로 꼽는 것은 내수 부양이다. 정부는 강력한 내수 부양을 통해 자체적인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브라질은 국토 면적(851만㎢)과 인구(2억571만 명) 모두 세계 5위다. 또 국내총생산(GDP) 중 민간소비 비중이 66%다. 중국(33%)의 두 배 수준일 정도로 내수 기반이 탄탄하다.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내수시장이 브라질 경제의 마지막 보루’라고 평했다. 이동만 외환은행 브라질법인장은 “올 들어 브라질 정부와 중앙은행이 나서 내수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철도시설 개선 등을 담은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있다. [브라질 대통령 공식사이트]

특히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달 중순 발표한 1330억 헤알(약 74조원)의 경기부양책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지 주목된다. 고속도로 9곳(총 길이 7500㎞)과 철도 12곳(총 길이 1만㎞)을 건설하는 등 낙후된 교통 시설을 개선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중장기 경제성장률을 연 5%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7.5%로 종전보다 0.5%포인트 낮췄다. 지난해 8월 12.5%였던 것을 1년 새 아홉 차례에 걸쳐 5%포인트나 내린 것이다. 정부는 이미 상반기에 네 차례에 걸쳐 감세와 대출금리 인하를 골자로 하는 750억 헤알 규모의 내수 소비 부양책을 내놨다. 나라 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산층의 구매력을 키워 소비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향후 3~6개월 후의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말 저점을 찍은 뒤 꾸준히 오르고 있다. 3700억 달러 규모로 세계 6위인 외환보유액과 GDP 대비 12% 수준의 낮은 외채 규모도 향후 브라질 경제의 추가 하락을 막을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하지만 내수부양의 효과가 제한적일 거라는 의견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브라질 특유의 관료주의와 규제 때문에 민간기업들이 인프라 건설에 참여하기를 꺼린다. 기업친화적 정책을 통해 기업의 수익을 보장해야 부양책이 성공할 수 있다’고 평했다.

중국 회복돼야 브라질 수출 살아나
올해 브라질 성장률 하락의 최대 원인은 원자재 수출 부진이다. 경기침체로 글로벌 시장의 원자재 수요가 급감해서다. 원자재는 지난해 기준으로 브라질 전체 수출량의 48%를 점하는 핵심 수출품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상반기 33%였던 브라질의 수출증가율은 올해 상반기 0.6%로 크게 떨어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때문에 유럽 지역으로의 수출이 지난해 말부터 급감하기 시작한 영향이 크다.

여기에 전 세계 철광석 생산량의 60%를 사용하는 중국의 성장률이 올 들어 둔화된 것이 결정타였다. 철광석은 건설·자동차·조선·기계장비 등 산업에 쓰이는 필수 금속인 철강의 원료다. 브라질은 철광석 생산 1위 국가인데, 올해 1~5월 브라질의 철광석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 줄었다. 이 때문에 1분기 경제성장률은 0.7%에 그치고 브라질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는 5월 한 달간 12% 하락했다.

수출 회복의 관건은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언제 시행되느냐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건설·기계장비 산업에 대한 정부 투자금을 늘리면 브라질의 철광석 수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정민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본격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내년 상반기에 브라질의 수출이 증가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로 최근 6개월 새 헤알화 가치가 15%가량 하락한 것도 수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요인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201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여름 올림픽 개최에 따른 경제효과를 기대한다. 호세프 대통령이 발표한 경기부양책은 월드컵·올림픽 기반 시설을 갖추겠다는 목적도 겸했다. 이를 위해 전체 투자금의 60%가량인 795억 헤알을 향후 5년 안에 집행하기로 했다.
KOTRA에 따르면 브라질이 월드컵과 올림픽 개최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얻게 될 경제효과는 일자리 200만 개 창출 등 총 511억 달러(약 58조원)로 추산된다. 오동석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월드컵·올림픽 효과가 극대화할 2013~14년에 브라질 경제가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까지 경기장과 부대 시설 건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은 숙제다.

올해부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경기침체를 극복하지 못하면 브라질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가 커지고 월드컵·올림픽을 치른 뒤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올림픽에 들어갈 비용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초기 비용만 290억 헤알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예산이 얼마가 될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 들어 외국인 투자 자금이 급격히 유출돼 월드컵·올림픽 효과가 반감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이동만 법인장은 과도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로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자 단기자금 일부가 빠져나갔지만 브라질의 세계 양대 스포츠 축제 이후까지 투자할 장기 자금은 여전히 브라질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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