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받은 양경숙 공천 대가성 시인 30여곳 분산 송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양경숙(51·여·구속) 라디오21 방송편성제작본부장이 “지난 2월 강서구청 산하기관장 이양호(55·구속)씨 등 3명에게서 받은 40억8000만원은 공천 청탁 대가”라고 검찰 조사과정에서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문제의 돈이 4·11 총선 직전 전국 각지의 30여 개 계좌로 송금된 것으로 드러나 검찰이 자금 흐름 추적에 나섰다.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30일 양씨가 이양호씨, H회계법인 대표 이규섭(57·구속)씨, 부산지역 사업가 정일수(52·구속)씨 등에게서 받은 40억8000만원을 총선 직전 전국 각지의 개인 및 법인계좌로 쪼개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양씨는 돈을 받을 때에는 라디오21 운영법인인 ‘문화네트워크’ 명의의 계좌를 이용했고, 이를 분산 송금할 때에는 문화네트워크 계좌와 선거 홍보업체 ‘PR네트워크’ 명의 계좌 등 5개 개인 및 법인계좌를 이용했다. 일부는 현금으로 인출됐다.

 검찰은 이 돈이 민주통합당의 지역구 후보 출마자들 가운데 당시 양씨가 지지하던 친노(親盧·친노무현) 후보 또는 민주당 실세 후보 등의 선거 지원금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박 지원(70) 원내대표와 양씨를 소개해 준 대구지역 당직자 이모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두식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양씨가 받은 돈의 성격에 대해 “양씨는 공천과 관련해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으며 공천 사기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양씨가 관리해 온 5개 계좌에서 기존 40억8000만원 외에 거액의 돈이 추가로 입금된 정황도 잡고 이 돈의 성격 파악에 나섰다. 수사팀은 이들 계좌에서 4·11 총선을 앞두고 수억원의 돈이 몇 차례에 걸쳐 입금된 내역을 확인했다.

 검찰은 ▶돈이 입금된 시점이 총선 직전이었고 ▶양씨가 공천을 빌미로 투자를 권유하고 다녔던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양씨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총선 전까지 친노 인사들을 상대로 “높은 수익을 되돌려주고 비례대표 공천도 받게 해 주겠다”며 투자를 권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 발표 하루 전인 3월 19일 이양호·정일수씨 등이 박 원내대표 명의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본지 보도(8월 30일자 6면)에 대해 박 원내대표 측은 “의례적인 위로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동현·심새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