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보인다] 오륜기·IOC 없다, 보치아·골볼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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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같다. 전 세계 스포츠인들의 경쟁과 화합의 장이라는 점에서. 하지만 다르다. 참가 선수들이 비장애인·장애인이란 점은 물론 우리가 몰랐던 여러 면에서.

 30일(한국시간) 셰익스피어와 스티븐 호킹의 만남으로 화려하게 출발한 런던 패럴림픽. 하지만 올림픽 스타디움 어디에서도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아기토스’로 불리는 패럴림픽의 심벌이 경기장을 수놓았다. 입장 순서도 올림픽에서 항상 가장 먼저 등장하는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 그리스 대신 알파벳 순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자그마한 선수단이 맨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약간의 간격을 두고 동일한 개최지에서 열리는 데다 이름이 ‘림픽(lympic)’으로 끝난다. 따라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두 대회 모두 주최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개막식에서 보여준 모습처럼 패럴림픽의 운영 주체는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로 IOC와 완전히 다르다.

 올림픽 개최지에서 패럴림픽이 함께 열리기 시작한 것도 사실상 1988년 서울 대회다. IOC와 IPC는 지난달 25일(한국시간) 2020년까지 같은 도시에서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협약이 없었다면 2018년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서 패럴림픽을 함께 즐기지 못할 수도 있었다.

 세부 종목에서도 차이가 있다. 26개 종목의 올림픽이 20개 종목만 열리는 패럴림픽보다 더 많은 종목 수와 선수단을 자랑한다. 하지만 올림픽에 없고 패럴림픽에만 있는 유이한 종목이 있다. 보치아와 골볼이다.

보치아는 뇌성마비 및 중증장애인을 위한 종목으로 표적구에 공을 던져 표적구로부터 가까운 공의 점수를 합해 승부를 내는 종목이다. 골볼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포츠로 소리가 나는 볼을 이용해 상대팀 골대에 볼을 넣는 경기다. 이 둘은 올림픽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생소한 스포츠지만 패럴림픽에서는 없어선 안 될 주요 종목이다. 한국 선수단도 보치아에 7명, 골볼에 6명의 선수를 파견해 메달을 노리고 있다.

런던=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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